한국산 ‘삼계탕’이 이달 (5월) 27일부터 미국 땅에 공식적으로 상륙합니다. 2004년 4월 이 시장에 대한 진출을 추진한 이래 딱 10년만입니다.
이에 따라 재미교포를 비롯해 미국인들이 한국산 닭고기를 원재료로 한 삼계탕의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관련해 하림이 수출을 추진 중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보양식품 삼계탕의 미국 시장 정식 데뷰는 미국 농무부가 지난 3월 26일 확정 공포한 법령 번호 FSIS-2012-0019 (Eligibility of the Republic of Korea To Export Poultry Products to the United States)에서 근거합니다.
유영근 미국변호사에 따르면 이는 대한민국을 미국으로 가금류 가공 식품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다는 게 골자입니다.
내용은 미국 식품안전조사국 FSIS가 한국의 가금류 가공 식품관련 규정과 안전 조사 시스템, 가공 과정 등을 심사한 결과, 미국의 관련 규정과 식품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법령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모든 가금류 가공 식품이 미국 현지에서 다시 한 번 안전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는 게 유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여기서 혹시 이런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미 농무부의 FSIS-2012-0019가 대체 뭔데 이처럼 의미를 부여하는가?”
이는 미국이 그동안 한국산 삼계탕 원재료의 자국 내 진입에 대해 까다롭기 짝이 없는 ‘잣대’를 들이댔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 이를 뚫었다는 뜻이고요.
유영근 미국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다른 어느 국가 보다 까다로운 식품 안전 규정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자국으로 수입되는 가금류 등 육가공품에 색소, 보존제, 화학제 등이 포함됐거나 가축을 기르는 과정과 가공 과정에서의 위생, 안전 규정이 미국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은 엄격한 수입 규제를 받는다는 게 유 미국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가금류 가공품 수출국에 ‘요구하는’ 위생, 안전 규정은 매우 구체적인 게 특징입니다. 예컨대 가금류 도살 전과 후에 수의사에 의한 검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도살 및 가공 시설물에 대한 정부의 감시와 규제 조항도 두고 있습니다. 미국 수출을 목적으로 가공되는 과정을 다른 과정과 분리해 운영할 것을 요구합니다. 가공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이지 않았음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련 종사자에 대한 정부의 면허 발급 및 관리와 가공장소에 대한 안전 및 위생 규정 확충을 열거하는 실정입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가금류의 가공과정을 도살과 열가공, 비열가공, 분쇄가공, 비분쇄가공 등 9가지로 구분해 각 과정마다 다른 관리 규정을 두도록 대상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열거하는 이 규정을 하나라도 지키지 않을 경우 수입을 못하게 된다는 얘깁니다.
유영근 미국 변호사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가공식품의 경우 이런 내용 뿐 아니라 외관 (포장)에 붙이는 내용물에 관한 표시 규정도 자신의 요구 수준에 반드시 미치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같은 까다로운 규정을 충족한 한국산 삼계탕의 미국 수출 면허장 획득 역사는 10년 전 2004년 4월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삼계탕 수출을 염두에 두고선 미국 정부에 한국 가금류 가공제품에 대해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미국 식품안전조사국 FSIS은 먼저 관련한 규정 등에 대한 서면조사를 했습니다. 2008년 엔 한국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요. 이 결과 미국 기준으로 몇 가지 충분치 못한 사항이 지적됐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에 보완과 수정을 요구했다 하고요.
2010년 미국 식품안전조사국이 다시 현장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때 식품 안전 법규, 식품에의 잔류 화학물질 검사 프로그램, 세균 검사 프로그램에서의 미비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 식품안전조사국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도록 관련 법규와 프로그램을 정비했습니다.
미국 식품안전조사국 FSIS는 2012년 11월 27일 한국을 미국으로의 가금류 수출 가능국으로 제안하는 보고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했으며 이번에 이른바 ‘면허장’이 나온 것입니다.
유영근 미국 변호사는 “우리나라 축산업이 미국 보다 크게 뒤처진 형편이라 법령이 발효된다 하더라도 한국 농가에 획기적인 도움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미국 시장에 삼계탕을 수출하더라도 식습관이 다른 미국 주류 시장에로의 진출보다는 한인 교포들이 타깃로 할 수 밖에 없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우리 축산농가의 희망이던 삼계탕을 비롯한 가금류 가공품의 대미 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딘다는 점은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고 유영근 미국 변호사는 강조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