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애도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문화와 레저, 관광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소비 둔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참사 이후 국민이 받은 심리적 충격이 깊은 만큼, 소비 심리 위축이 이대로 굳어지면 미약한 회복세를 이어가던 경기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청와대 주재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기획재정부와 LG경제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소비 둔화 등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소비 줄고 유통·관광·외식 등 서비스업 활동 둔화
기재부는 이날 회의와 '5월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와 관련 서비스업 활동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민간부문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가운데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 및 관련 서비스업 활동도 둔화해 전반적으로 경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4월 소매판매의 경우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신차출시 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10.1% 증가했지만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은 각각 0.1%,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지표들도 소비와 서비스업 둔화 상황을 보여준다.
전반적인 소비 흐름을 나타내는 신용카드 사용 규모가 대표적이다.
사고 직전인 지난달 14∼15일 카드 승인액 증가율(작년 동기대비)은 25.0%로 나타났으나 사고 직후인 16∼20일에는 6.9%로 둔화됐다.
지난달 넷째 주에는 1.8%로 더 내려왔다.
백화점과 할인점, 편의점, 홈쇼핑 등 유통업체 상황도 좋지 않다.
사고 전인 4월 첫째 주 전년동기대비 4.5% 늘었던 백화점 매출은 4월 넷째 주에 0.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할인점 매출 증가 폭은 0.2%에서 -4.7%로 돌아섰다.
유통업계에서는 상인과 소비자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면서 영업과 판매가 동시에 둔화하는 양상이다.
전국상인연합회는 5월 연휴기간 중에도 매출이 예상을 크게 밑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설 명절과 새 학기 등으로 활기를 띠던 전통시장의 매출도 사고 이후 20∼30% 감소했다.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된 것도 전통시장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관광업계도 수학여행·체험학습 금지와 여행 기피 현상으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이번 사고 이후 수학여행 금지 등 조치로 취소된 관광은 모두 5476건, 18만8000명 규모에 이른다.
업계 손실은 이달 2일 기준으로 276억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됐다.
제주도는 사고 직후인 지난달 16∼23일 수학여행자 수가 전년 동기대비 74.8% 줄었다.
특히 단체여행객이 주 고객인 영세 여행사가 더 고전하고 있다.
전 국민의 애도 분위기로 문화시설 이용도 눈에 띄게 줄었다.
비까지 내린 4월 넷째 주 주말 영화 관람객 수는 전년동기에 비해 28.8% 줄었다.
같은 기간에 놀이공원 입장객 수도 68.3% 급감했다.
외식 자제 분위기도 이어져 일부 지역은 외식업체 예약 취소율이 50%를 웃도는 등 매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 안산·진도 직격탄…소비심리 위축 장기화 우려
전국적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 등 사고 관련 지역은 특히 여파가 크다.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지역은 각종 행사와 회식 중단으로 식당, 노래방, 택시 등 관련업종 매출이 50% 이상 감소했다.
주류와 여행용품, 봄철 의류 판매도 크게 줄었다.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반월공단 내 한 도금업체는 근로자 3분의 1이 피해자 유가족이어서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90억원 부가가치를 창출했던 안산국제거리극 축제를 포함해 경기도 내 31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행사·체육대회 등 90개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 또는 축소됐다.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는 200톤 이상의 세월호 기름 유출로 인해 양식장·어장 839㏊가 오염되고 민박·낚시 관광객이 급감했다.
지역 주민들은 생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월호 유실물을 챙기고 오염 방제 작업 등에 나서면서 수십만원의 유류비를 자비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지역 관공서와 학교, 주요 기업 인근 식당가를 중심으로 영업이 위축돼 소상공인과 택시, 대리운전 기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산과 진도뿐 아니라 여객선 이용객이 70∼80% 감소한 인천과 관광업계 피해가 두드러진 경주와 제주도, 강원도 등을 비롯해 전국 각지 지역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등 전례를 볼 때 재난사고의 경제적 영향은 비교적 단기에 그쳤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가 무기력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등 심리적 충격이 훨씬 깊다.
LG경제연구원은 "사회적 불안과 심리 위축이 장기적으로 고착되면 미약하게나마 회복 추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위축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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