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규모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
운용사 10여곳서 계획안 받아
대체투자 다양한 채널 확보 차원
다른 보험사도 투자 나설 가능성
[ 좌동욱 / 김은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7일 오전 10시50분
한화생명이 사모펀드(PEF) 투자를 재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보험사가 PEF에 투자하는 첫 사례다. 보험업계 자금이 PEF시장에 본격적으로 흘러들어올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21일 국내 PEF 운용사 10여곳을 대상으로 출자제안요청서(RFP)를 받았다. 투자를 할 테니 운용계획안을 제시하라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 심사 절차다.
투자 규모는 총 600억원 안팎이며, 한화생명은 이 자금을 2~3개 운용사에 나눠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투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앞으로 시장 상황과 투자성과를 보면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성격은 투자 대상을 미리 확정하지 않는 ‘블라인드 펀드’ 형태다.
한화생명이 국내 블라인드 펀드 투자를 재개한 것은 대체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 여파로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펀드에 투자자금이 쏠리면서 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투자 대상과 지역을 차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블라인드 펀드 투자는 수익성이 높은 개별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보험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PEF 투자 성과가 부진하다고 판단해 블라인드 펀드 투자를 꺼렸다. 하지만 최근 PEF 운용이 활발해지고,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올초부터 지분 증권(주식)에 대한 손상차손 인식 기준이 완화된 것도 PEF 투자에 나서게 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초 금융감독원이 손상차손 인식 기준을 강화한 이후 보험사는 PEF 투자가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손상차손이란 주식 평가가치와 장부가치 차이를 뜻하는데 PEF는 투자 초기 단계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손익계산서에 적자로 반영된다.
PEF업계는 다른 보험사도 PEF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과거 고객에게 판매했던 고금리 보험상품과 최근 저금리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역마진’을 해소하기 위해선 투자채널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좌동욱/김은정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