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석 IT과학부 기자 yagoo@hankyung.com
[ 안재석 기자 ]
통신회사인 KT는 요즘 ‘나홀로’ 영업 중이다. 경쟁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KT는 잃어버렸던 가입자를 되찾는 데 혈안이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양호하다. 지난달 27일 영업을 재개한 뒤 지난 2일까지 1주일간 9만391명의 가입자를 새로 유치했다.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을 적진에서 뺏어온 것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반칙’이 횡행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경쟁사들의 견제구가 통한 걸까.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3~7일 닷새 동안 KT로 번호를 이동한 사람은 2만7000명에 그쳤다. 하루 평균 5400명 수준이다. 1주일 전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했다. KT는 보충설명을 달았다. 전산망 장애가 발생해 가입자 일부를 등록하지 못했다는 것. 경쟁사들은 곧바로 “업계 내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실적을 축소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KT가 전산부하 방지를 이유로 일선 유통망에 순차적 개통을 지시했다는 루머도 흘러나왔다. KT는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다른 업종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KT가 전산 수치를 조작했다면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고, 경쟁사들이 근거 없는 악성 루머를 퍼뜨린 것이라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문제다. 하지만 통신시장 관계자들은 대부분 그러려니 한다. 늘 보던 풍경이라는 반응이다. LG유플러스와 SKT가 단독 영업을 할 때도 나머지 두 곳의 비방과 의혹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지금의 통신 3사는 같은 죄목으로 잡혀와 각기 다른 방에서 취조를 받는 죄수와 닮은꼴이다. 경찰관을 앞에 두고 “쟤가 나쁜 놈”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경찰은 꽃놀이패다. 시간이 갈수록 공범들의 죄목은 늘어가고, 형량은 불어난다. 죄수가 맞닥뜨린 딜레마는 서로를 믿어야만 풀 수 있다. 통신시장의 경찰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다. 그곳에 하소연하는 건 자충수다. 애꿎은 규제만 늘어날 뿐이다. 최대 현안인 ‘보조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로 망하는 길인 줄은 안다. 그러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통신시장의 난맥상을 푸는 열쇠는 결국 ‘신뢰’고 ‘자정(自淨)’이다.
안재석 IT과학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