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세(원화 강세)가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21일 1081원30전에서 어제 1022원60전으로 마감돼 불과 한 달 반 새 5.4%나 급락한 것이다. 원화 절상속도는 40개 주요국 통화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당장 수출 현장에선 현기증을 느낄 만하다. 시장에선 반등 전망도 있지만 이례적인 글로벌 달러약세 충격에 환율 1000원선 붕괴도 머지않았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세월호에 묻혔던 환율 변수가 경제에 더 큰 주름살을 드리울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세 자릿수 환율은 익숙지 않은 환경이다. 내수 부진 속에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까지 겹친다면 경기회복 불씨를 지피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 초기처럼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799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낸 나라에서 환율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최근 5년간 쌓인 흑자가 2117억달러다. 오히려 내수를 감안하면 저환율을 반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이다.
모든 경제현상이 그렇듯이 환율은 양날의 칼이다. 너무 올라도 문제, 내려도 문제다. 한국은 이제 환율이 하락하면 무조건 큰일 나는 그런 구조는 아니다. 수출이 5000억달러가 넘듯이 수입도 5000억달러를 웃돈다. 수입은 내수경기와도 연관성이 높다. 환율 변동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복잡한 이해득실을 일률적으로 계산할 수도 없다. 환율이 실물경제를 반영한다는 이론이 맞는다면 경제주체들은 점진적인 원화 강세에 적응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원화 환율은 교과서대로 움직인 적이 별로 없다. 실물보다는 투기적 요인에 의해 좌지우지돼 왔다. 경제규모에 비해 외환시장이 협소하고, 증권시장을 활짝 열어놓은 탓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단기간 환율 폭등·폭락을 견딜 만한 곳은 거의 없다. 문제는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그 속도다. 그런 점에서 쏠림현상을 예의주시하겠다는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은 적절했다.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까지 시비를 걸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