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기자 반성문 "우린 '기레기', 세월호 유가족 울부짖을 때…"

입력 2014-05-08 15:38

'KBS 기자 반성문'

KBS가 막내 기자들이 쓴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 관련 반성문을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KBS는 8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KBS 막내 기자들이 쓴 반성문이 일방적으로 삭제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KBS 보도본부는 이 반성문을 삭제하지 않았으며 현재 KBS 보도본부 보도정보시스템 게시판에 그대로 남아 있다"며 "보도정보시스템 게시판은 기자들의 의견과 주장을 게재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일 언론노조 KBS 본부는 "KBS 38기, 39기, 40기 취재, 촬영 기자들은 사내보도정보시스템에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A4 12장 분량의 반성문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38기, 39기, 40기 40여명을 대표해 KBS 기자 10명이 쓴 반성문에는 "KBS 기자는 '기레기'(기자+쓰레기)로 전락했다. 사고 현장에 가지 않고 리포트를 만들었고,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기자는 "우리는 현장에 있었지만 현장을 취재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의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현장이 없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으며 냉철한 저널리스트 흉내만 내며 외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방문 당시 혼란스러움과 분노를 다루지 않았다. 육성이 아닌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된 대통령의 위로와 당부만 있었다"고 덧붙였다.

KBS 기자들은 반성문에 "욕을 듣고 맞는 것도 참을 수 있다. 다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0kg이 넘는 무게를 어깨에 메고 견디는 이유는 우리가 사실을 기록하고 전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가장 우수하고 풍부한 인력과 장비를 갖춘 공영방송으로서 정부 발표를 검증하고 비판하라고 국민으로부터 그 풍요로운 자원을 받은 것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이들은 "KBS가 재난주관 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9시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잘못된 부분은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반성문을 제출한 KBS 기자 일동은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보도에 관여한 모든 기자가 참석하는 대 토론회를 열어 반성의 결과물을 KBS 뉴스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