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기자 레알겜톡] 게임업계 '착각의 늪'

입력 2014-05-08 09:45
수정 2014-05-08 19:13
<p>얼마 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뇌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5배 정도 더 예쁘거나 잘생기게 본다는 것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세상에, 이게 진짜라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못생긴 거야'라는 생각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에서 남자와 눈이 마주치면 '어머, 나한테 관심 있나?'라는 못된 착각을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이번주 레알겜톡은 '착각의 늪'에 빠진 게임업계에 대해 돌아보았다.</p> <p>#게임 개발자의 착각 1. '내가 만든 게임은 재미쩡!', '내가 만든 게임은 쉬워!'</p> <p>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왠지 목이 더 긴 것 같고, 내가 만든 음식은 왠지 맛있는 것 같으며, 내가 만든 게임은 왠지 재밌는 것 같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보호본능(?)인 것 같다. 내가 본대로, 입맛대로, 취향대로 만든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게임 개발자(혹은 기획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p> <p>박용옥 '바운스볼' 개발자는 '일부러 나는 성실하게 개발만 하고 게임의 테스트 등 모든 판단은 여자 친구의 몫으로 남겨둔다. 내가 만든 게임은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여자 친구는 재미없다고 말하고, 버린 게임을 여자 친구가 재밌다고 마켓에 올려보라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1000만 다운로드 '바운스볼'이다. 참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p> <p> ▲ 유영욱, 네이버 웹툰 '스마트폰 게임 개발이야기' 35화 중 게임기자가 되어 가장 민망할 때는 스킬 한 번 못써보고 죽을 때다. 그런데 가끔씩은 16살의 싱싱한 게임 손과 36살의 노련한 게임 뇌로도 깰 수 없는 게임들이 있다. 인터뷰를 하러 가서 출시일이 한두 달가량 남은 따끈따끈한 게임을 플레이할 때다.</p> <p>'세상에 이걸 어떻게 깨요?'라고 묻자,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단박에 클리어하고는 '되는데요?'를 외치는 게임 개발자에게 말하고 싶다. '테스트 직접 하지마세요. 여자 친구 분에게 양보하세요!'</p> <p>#게임 기자의 착각 2. '이 게임은 대박날 거야.', '이 게임은 100% 망해.'</p> <p>처음 게임업계에 들어오고 어느 선배 기자가 해준 충고는 '게임이 출시 전에 평가하지 말라'였다. 게임은 물리이론을 설명한 실험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같다. 밀폐된 상자 속에 독극물과 함께 있는 고양이의 생존 여부는 그 상자를 열어서 관찰하는 여부에 의해 결정되듯, 게임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p> <p>분명 대박날 줄 알았던 게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게 잘 될까'라고 반신반의했던 게임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까지 진출했으며, '이건 100% 망해'라고 생각했던 게임은 대박행진을 이어가며 그 회사의 운명까지 바꿔놓았다. 게임 기자들 사이의 속설로는 '게임 기자가 좋아하는 게임은 기자들만 좋아한다'라는 말도 있으니, 출시 전 평가는 금물이다.</p> <p>#게이머의 착각 3 '컨트롤은 내가 짱이야'</p> <p> 각종 게임을 두루 섭렵하며 게임경력 15년차에 접어든 한 남성 게이머 A씨가 있다. 그는 온라인 MMORPG는 물론 모바일 캐주얼 게임까지 각종 게임 순위 첫 번째 페이지에서 자신이 보이지 않으면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그런 A씨 얼마 전 여자친구와 블리자드의 카드게임 '하스스톤'을 플레이하다가 멘붕(멘탈붕괴)을 경험했다.</p> <p>A씨는 10만원의 현금 결제로 완벽한 카드덱을 구성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전략을 연구했다. 그런데 아직 '하스스톤'의 모든 직업을 열지도 못하고, 카드도 몇 장 없어서 전략 따위 생각하지 않고 아무거나 낸 여자 친구와의 대전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p> <p> 어떤 이는 ''철권'에는 두 종류의 절대강자가 있다. 게임 속 캐릭터의 모든 기술을 마스터한 고수와 아무거나 막 누르는 초심자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련한 컨트롤을 믿고, 초심자를 얕보지 말자. 초심자의 행운은 생각보다 세다.</p> <p>비게이머의 착각 4. '게임하는 사람은 다 오타쿠 안여돼 아냐?'</p> <p>한창 쉬폰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다니던 여대생 시절, PC방을 가는 기자에게 친구들은 '넌 게임하게 안 생겨서 참 특이해'라고 말하곤 했다. 이때마다 드는 생각은 '도대체 게임하게 생긴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였다.</p> <p>어느 순간부터 '게이머=오타쿠=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라는 공식이 생겼다. 모르는 소리다. '사람이 이렇게 잘생길 수 없다'며 CG설이 유력한 연예인 원빈도 게임왕이다. 그는 강동원, 권상우 등의 연예인과 함께 PC방에서 게임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p> <p> 또한 스마트폰 게임이 발달한 요즘은 '포코팡' 클로버를 뻐꾸기시계처럼 매 시간마다 보내는 50대의 언어 선생님도, 버스에서까지 '몬스터 길들이기'를 즐기는 다정한 커플도 하드코어 게이머이다. 이제 게이머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편의점만큼 쉽게 찾아볼 수 있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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