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통신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하루 아침에 달라졌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과 '번호이동 상한제'(서킷브레이커) 덕이다.
그간 진흙탕 싸움이 번진 통신주(株)를 바라보는 시선은 위태로웠다.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제 실적 깎아먹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마케팅비를 줄이는 장치가 마련된다는 소식에 증권가는 일제히 환호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효력이 발생하는 오는 10월부터 통신업종의 수익성은 더욱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승재료' 뭐길래
단통법은 통신사가 보조금을 줄 때 제조사들이 주는 보조금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취지의 법안이다.
보조금 차별적 지급 금지,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제 도입, 지원금과 연계된 개별 계약 체결 금지 등을 포함한다.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건 올해 10월부터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업체는 보조금이 줄고 단말기 판매 대수가 줄어 마케팅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킷브레이커는 번호이동 자율제한 제도. 일별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허용량을 초과한 업체의 번호이동을 일정 기간 동안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이통사 3사가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 중이다. 과열 가입자 경쟁 재발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증권사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중확대' 의견을 강화한다고 밝힌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며 두 제도가 통신주의 매력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통신사 경쟁 완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결과적으로 이통사 3사의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주, 투자전략 어떻게 세울까
다만 10월 단통법 시행 직전까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성 연구원은 "오는 20일 통신 3사의 영업정지가 끝나는 시점부터 보조금 경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10월부터는 보조금 경쟁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신업에 대해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강봉우 LIG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특히 오는 6월 번호이동 시장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을 본 뒤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2012년 3분기를 바닥으로 2013년 계단식으로 이익이 증가했던 사례를 들었다. 송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당시와 유사한 주가 방향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일제히 "SKT가 톱픽"
증권사들은 일제히 SK텔레콤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보조금 경쟁이 완화되면 기존에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성 연구원은 "SK텔레콤이 가입자 이탈 방지에 들였던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며 "시장점유율 50%를 지키기 위한 SK텔레콤의 노력이 조금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LG유플러스와 KT의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경우 단통법 시행 전까지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모집하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