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 '효자' 지수형 ELS에 관심을…우선주 투자한 배당주펀드로 안정성 제고

입력 2014-05-07 07:01
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 이렇게

MLP펀드, 美 에너지 인프라 투자…단기국공채, 3개월 3% 수익 기대

원칙·철학 분명한 운용사 선택해야


[ 박한신 기자 ] 금리 인상 가능성과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주가 등으로 재테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그나마 인기를 끌어왔던 상품들 중 일부는 최근수익률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도 하다. 큰 돈을 굴리는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마땅히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아내는 게 고역인 상황이다.

프라이빗 뱅커(PB)들은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배당주펀드,유럽주펀드,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MLP(Master Limited Partnership) 등을 추천하고 있다. 지난해 큰 손실을 봤던 브라질 채권에 대해서는 ‘바닥’ 여부를 좀 더 확인해야 하고, 롱쇼트펀드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자산을 운용하는 운용사들의 철학을 잘 살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인기 꾸준한 지수형 ELS와 배당주펀드

지난해 6~8%의 수익률을 꾸준히 보여왔던 지수형 ELS는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가가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수가 폭락하지 않는 이상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김영호 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부장은 “기업들의 성장동력이 예전 같지 않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흐름도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중위험 중수익의 큰 흐름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당분간 지수형 ELS가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다. 개별 종목의 등락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에 종목형 ELS는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증시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경우 지수형 ELS의 수익률이 좋을 것이란 진단이다.

연말 배당시즌이 한참 남았지만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배당주펀드도 추천 대상이다. 연초 대비 주식형 펀드에서 3조원 이상이 빠지는 동안 배당주펀드에는 200억원 이상자금이 들어왔다. 배당주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평균 9%를 넘는다. 이태훈 하나은행 방배서로골드클럽 팀장은 “전통적인 주식투자에서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때문에 배당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배당에 대한 자산가들의 니즈(요구)가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2~3년 전 부동산시장에 불었던 오피스텔 열풍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부동산시장에서 오피스텔 등수익형 부동산은 짭짤한 현금 수익에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팀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60만~70만원에 그쳤던 우선주 주가가 1년 만에 105만원까지 올랐다”며 “우선주는 주식가치가 꾸준히 상승해왔고장이 좋지 않은시기에도 조정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지쳐 미국·유럽으로

조승훈 우리은행 강남교보타워금융센터 팀장은 “자산가들이 지난 5년간 박스권에서 머문 국내 주식시장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고 전했다. “원금만 회복되면 다 털어 달라”고 주문하는 고객이 많다는 얘기다.한국 시장에 불신이 깊어지다 보니공공기관 채권 상품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고객도 있다. 정부 지원 덕에 버티고 있지만 공공기관 부채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 시장에 지친 투자자들이 올 들어 눈길을 돌리는 곳이 유럽이다. PB들은 올해 유럽 시장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적어도 5~6%의 수익률은 올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팀장은 “지난해 상승을 미국이 이끌었다면 올해는 유럽을 주목할 만하다”며 “투자자들도 유럽 시장이 바닥을 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PB들은 슈로더자산운용의 유로주식펀드 등의 상품을 추천했다.

미국 펀드 중에서는 MLP펀드를 꼽는 전문가가 많았다. MLP는 셰일가스 등 미국의에너지 인프라와 관련된 ‘마스터합자조합’에 투자한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 기업들이 모인 조합이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배당수익률과 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미국 현지 조합에서현금 흐름의 일정 부분을 투자자에게 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도 여전히 관심을 끈다. 고위험 상품으로 알려졌던 하이일드펀드는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다.이경수 하나은행 PB는 “선진국 경기회복과 함께 회사채들의 부도율은 2% 미만으로낮아졌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채권을 수백개 이상까지 나눠서 사는 방식으로 위험을분산시켰다. 시장 상황에 따라 혹시 손실을 보더라도 채권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어서 빨리 수익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시장에선 단기국공채로 자금이 몰린다. 90일 만기로 1.8~3%의 수익률에 만족하면서 자금을 쟁여놓는 자산가가 많다는 것이다.

브라질 채권 투자해도 되나

지난해 30%가량의 큰 손실을 안겨준 브라질 국채는 바닥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있다. 헤알화 환율이 바닥인 데다 브라질이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은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게 투자론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불안정성이 더 커질 거란 예상도 있다. 이태훈 팀장은“브라질 국채는 지금 들어가면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난해 워낙 고액을 손해본 투자자가 많아서 아직도 권유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길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장은 “지난해 손실을 보기는 했지만 환율이나 가격이 워낙 떨어져 있어서 포트폴리오 중 5~10%의 비중은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횡보장세에 대한 맞춤형 상품으로 지난해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롱쇼트펀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익은 한정돼 있는데 가입 좌수가 계속 늘어나면 그만큼 수익률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김영길 센터장은 “롱쇼트펀드에 자금이 많이 몰려서 앞으로의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이태훈 팀장도“펀드를 고를 때 설정액이 너무 큰 상품은 가급적 배제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PB들은 이 같은 불확실한 장세에서는 운용사들의 철학도 잘 살펴야 한다고 권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장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운용 철학이 있어야자산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