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 싹쓸이 왜?
2014년 매달 2조원 넘게 유입
DLS도 금·은값 안정에 발행 ↑
객장서 펀드환매 고객 잡으려
안정성 높은 지수형 ELS 권해
[ 송형석 기자 ]
시중 여유자금이 주식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에 집중되고 있다. 연초 이후 순유입액이 9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 예금과 적금에 묶여 있던 자금의 일부가 ELS와 DLS로 풀리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주식형 펀드 환매 자금까지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주가가 크게 변동하지 않으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금 ‘블랙홀’이 된 ELS·DLS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와 DLS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유입액은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9조2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매월 꾸준히 1억~3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결과다. 개인이 6조원, 기관이 3조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발행 시장도 점점 확대되는 분위기다. 주요 증권사들이 4월 들어 29일까지 발행한 ELS 상품은 5조171억원어치다. 월 발행액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3월 말 결산 작업을 위해 대부분의 증권사가 4월 첫주에 상품을 내놓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기록이다. DLS 시장 역시 올 들어 매월 2조원 안팎의 상품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금과 은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3월과 4월 사이 집중적으로 환매된 주식형 펀드 자금 중 일부가 ELS·DLS 시장으로 흘러들었다고 보고 있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지난 28일까지 3조8582억원에 달한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ELS·DLS와 펀드는 유입 자금의 성격이 다른 별도의 시장으로 간주됐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일선 객장에서 펀드 환매 고객을 붙잡기 위해 안정성이 높은 지수형 ELS를 집중적으로 권하면서 뚜렷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낮고 증시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현재의 기조가 이어지는 한 ELS·DLS 강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 MMF만 강세
펀드 시장에서도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탈출했지만 주식·채권 혼합형(6903억원 순유입), 채권형(1조995억원 순유입) 펀드로는 자금이 들어왔다.
혼합형 펀드는 롱쇼트펀드에 올 들어 1조원 안팎의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마이너스’ 신세를 면했다. 롱쇼트펀드는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하는 기법을 통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투자 대기자금 성격을 띤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72조7545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5조원가량 늘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많다는 의미다.
■ ELS(주식연계증권)·DLS(파생결합증권)
ELS는 코스피200 같은 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 등과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40~50%가량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DLS는 기초자산으로 원자재, 신용, 금리 등이 활용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