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신설법인이 2만761개에 달했다. 분기로는 2만건을 처음 넘었다. 특히 제조업체 신설이 4807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5%나 늘어난 것에 눈길이 간다. 창업 러시라고 할 만하다. 좋은 일자리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문제는 창업의 질이다. 무엇보다 50~60대가 주도한 창업 열기였다. 50대가 5327건으로 14% 증가했다. 60대 창업도 1574건으로 12%나 늘었다. 베이비부머들이 2모작, 3모작으로 생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자본 규모를 봐도 창업자의 다급한 사정이 드러난다. 자본금 5000만원 이하의 ‘구멍가게’가 72%를 차지했다. 전체의 86%가 1억원 이하의 소규모 창업이다. 대개 생계형 창업으로 어쩔 수 없이 사업 전선에 내몰린 측면이 엿보인다. 고령화시대에 5060세대의 고단한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30대 미만의 젊은 창업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921건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6% 줄었다. 정부가 청년창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창업펀드 조성, 엔젤투자 소득공제 확대, 기술혁신형 벤처 인수 때 법인세 감면 같은 당근책이 잇따랐다. 하지만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인위적인 청년창업 정책이란 것이 그다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래도 창업의 열기를 꺾을 수는 없다. 생계형이든 순수벤처형이든 기업의 탄생이다. 미래의 글로벌 스타기업도 이들 가운데서 나올 것이다. 산업계의 병아리인 신설 사업체가 오래 생존해 거목으로 성장하게끔 더 나은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 사업 규제는 남김없이 혁파하고 기업가 정신도 거듭 고취할 필요가 있다. 경쟁과 협동의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꾸준히 일궈나가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