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원·엔 환율도…1000원대 붕괴 초읽기
[ 김유미 / 마지혜 기자 ] 달러당 원화값이 이틀간 10원 넘게 급등(원·달러 환율 하락)하며 6년여 만의 최고치인 1030원대를 찍었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1000원 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졌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4원40전 오른 1030원6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035원·종가 기준)를 갈아치운 것이다. 2008년 8월8일(1027원90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030원대 상향 돌파를 눈앞에 뒀다.
달러당 원화값은 최근 3년간 심리적 저지선 역할을 하던 1050원대가 지난 9일 깨진 뒤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주문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월말과 연휴를 앞둔 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이어지며 25일(1041원50전) 이후 이틀간 원화값이 10원90전이나 올랐다.
이날 한국은행이 지난달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2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한 것도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다음달 경상수지도 괜찮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수출업체들이 그동안 쌓아놨던 달러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는 잠잠했던 원·엔 환율까지 아래로 끌어내렸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이날 100엔당 원화값은 1005원56전(오후 3시 기준)까지 올라(환율 하락) 지난 1월2일(997원44전) 이후 처음 1000원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한 달 만에 원화값이 50원 가까이 오르며 ‘엔저’ 경계감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엔화에 대한 원화값은 지난해 19.7% 급등하며 대일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올초와 같은 ‘엔저 공습’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이번 원·엔 환율 하락은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보다는 원화 강세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엔저가 현실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은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향후 일본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글로벌 엔화 약세가 재개되면서 올해 원화값이 100엔당 9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도 “미국 경기지표가 좋아 위험선호현상이 강해지면 글로벌 안전자산인 엔화가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내수의 더딘 회복세 속에 수출에만 의지하는 한국 경제엔 악재가 될 수 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