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 달래고 안고 업고…성할 날 없는 관절척추
-아이는 가슴과 밀착해 안고
-무릎 굽혀 서서히 일어나야 허리 부담 줄어
‘손주병’ 이라는 말이 있다. 맞벌이하는 자식의 자녀를 황혼기에 접어든 부모가 대신 양육하며 얻는 질환을 의미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2년 맞벌이 가정은 507만 가구에 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조부모가 육아를 맡아주고 있다. ‘할빠’, ‘시니어맘’ 등 신조어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황혼육아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생겼다. 황혼육아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60~70대 노인의 건강이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주 5일, 하루 평균 9시간 육아의 노동강도는 젊은 사람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주로 육아를 담당하는 시니어맘(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부위는 손목·허리·무릎 등이다.
◆우는 아이 안을 때마다 손목 통증 있다면 건초염 의심해야
나이가 들면 근골격계가 약해져 육아 중 관절 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높다. 아이를 안고 어르는 동안 관절을 무리해서 사용하게 된다. 손목 관절은 그 중에서 가장 혹사 당하는 부위. 7~9kg 되는 아이를 반복하여 안게 되면 꺾인 손목 관절에 손상을 입게 되는 것. 시니어맘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관절 질환이 바로 손목 건초염이다. 건초염은 힘줄을 싸고 있는 막 자체 또는 막 내부 공간에 염증이 생겨 관절 부위가 붓고 통증이 생긴다. 건초염에 걸리면 특정 움직임 시 강한 통증이 생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건초염 초기에는 통증 부위를 사용하지 말고 찜질을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손목이 붓고 열이 나면 냉찜질을, 통증만 있을 때는 온찜질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차도가 없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부모님 허리, 무릎 건강에 먹구름 드리우다
시니어 맘의 허리는 쉴 틈이 없다. 가뜩이나 디스크의 퇴행으로 허리가 좋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상당한 무리가 갈 수 있다. 아이를 안을 때 보통 아이 체중의 10~15배의 하중이 허리에 가해진다. 이로 인해 퇴행성 척추 통증 및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은 여성 환자 74만 명 중 50세 이상 여성이 92%를 차지할 정도로 폐경 이후 여성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척추와 척추 사이의 수핵이 탈출하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아기띠를 앞쪽으로 메면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이동해 이를 보상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힌다. 이 때 머리 중심선을 맞추기 위해 목을 숙이고 허리 근육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요통을 일으킬 수 있다. 아기를 뒤로 업을 때는 골반 뒤로 무게가 이동하고 흉추가 뒤로 젖혀져 등에 통증이 발생한다. 또한 목은 젖혀지지만 머리의 중심선이 앞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등, 어깨, 목의 근육을 많이 사용하게 되어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황혼육아를 담당하는 60~70대 노년층은 퇴행성 변화로 무릎 관절이 약화되어 있다. 아이를 안고 업는 과정에서 아이의 무게만큼의 하중이 무릎에 전달된다. 무릎 안의 연골파열, 인대손상의 위험성이 증가하며 퇴행성 관절염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최근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손주 재롱 오래 보고 싶다면 이렇게
소위 ‘눈이 넣어도 안 아픈’ 손주를 돌보며 건강까지 챙기려면 평소 스트레칭이나 맨손 체조를 통해 근력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를 안거나 업는 시간은 30분 이내로 하고 그 후에는 충분히 관절을 쉬게 한다. 아이를 안아 올릴 때는 무릎을 굽히고 서서히 일어나며 가슴과 밀착하여 아이를 안아야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만 아이를 안게 되면 신체 불균형이 심해져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세와 방향을 달리하여 아이를 안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상혁 부민병원 센터장은 “최근 황혼육아로 인해 관절 척추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노인층이 늘고 있다. 근골격계가 약해지는 시기로 조금만 무리해도 관절, 척추 질환을 얻거나 퇴행성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관절과 척추는 일상의 움직임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통증이 발생하면 일상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육아 중 손목, 무릎, 허리 등에 통증이 나타나고, 찜질 등으로도 완화되지 않는다면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