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정책 방향 놓고 첫 토론회…고민 깊어진 이주열 "세월호 경제영향 주시"

입력 2014-04-28 21:20
수출-내수 불균형 심화…美 테이퍼링 리스크 여전

과도한 가계부채 잡으려 금리 올리자니 경기 둔화
옐런 의장보다 힘든 상황


[ 김유미/마지혜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세월호 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더딘 내수 회복세가 이번 참사로 아예 주춤해질 가능성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안으로는 내수 위축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처해야 하고, 밖으로는 선진국의 금리 정상화(인상)에 보조를 맞춰야 할 수도 있어 취임 한 달여를 맞은 이 총재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신흥국 충격 버틸 수 있나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한국 통화정책의 방향’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장 큰 관심사가 그것(세월호 사고)”이라며 “실무진이 어떻게 될지 짚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은의 고민은 적지 않다. 1분기 성장률은 3.9%(전년 동기 대비)로 올해 연간 전망치 4.0%에 육박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2분기 소비대목인 ‘가정의 달(5월)’을 앞두고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내수경기는 위축될 조짐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차관도 “세월호 사고 여파와 통신사 영업규제 등으로 (2분기 민간소비) 회복세가 다시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사고 여파로 정부의 규제개혁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기업 경제활동과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혁파하고자 한 것”이라며 “이런 부분의 규제개혁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보다 상황 어렵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도 여전한 리스크다. 양적완화 축소 논의가 처음 시작된 작년 5월 이후처럼 신흥국 충격이 도질 수 있다.

당시 들썩거렸던 인도 등 신흥국과 달리 한국은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날 “(다른 신흥국에 대한 한국시장의) 차별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쉽게 자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져 대외 취약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과다한 가계부채가 가계 소비여력을 제약하고 있다”며 “소득 대비 부채 수준의 완만한 하락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는 한은의 최대 난제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오랜 저금리 속에서 가계부채 팽창이 계속됐다”며 “금리 정상화(인상) 과정에서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 총재는 전임 김중수 총재뿐 아니라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위원은 “한은이 물가 안정 외에 부동산 거품과 경상수지 등 다양한 위험 조짐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이변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윤덕용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ed가 올해 하반기까지 양적완화를 종료한 뒤 내년 2~3분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미국의 이자율 상승에 따른 투자 위축,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를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의 대처는 선제적이고 탄력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수요 하락으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6%에 그칠 것”이라며 “가계부채로 민간소비가 제약되는 상황에서 상반기 기준금리를 소폭 인하한 뒤 연말에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