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결과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주요 상장사와 비상장사 1710개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2년 4.9%에서 2013년 0.7%로 급감했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도 4.8%에서 4.6%로 둔화됐다. 매출액 대비 세전 순이익률은 같은 기간 4.5%에서 3.2%로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저금리 덕에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비율만 조금 개선됐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대표기업을 빼고 보면 상황이 더 나쁘다. 한은이 두 회사가 공시한 경영성과를 제외하고 산출한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2년 3.8%에서 지난해에는 3.4%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1년간 땀흘려 일했던 성과가 아무것도 안 하고 단순히 자금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리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회사를 제외했을 때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는 한국거래소의 평가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결과다.
한국 기업의 성장세가 멈춰가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신용등급을 경쟁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매출 둔화, 수익성 악화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대기업들은 유례없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KT 포스코 같은 간판기업에다, 세계적으로 잘나간다는 삼성그룹조차 명예퇴직을 받고 있는 중이다.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의식이 심상치 않다.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 1분기 GDP 증가율이 0.9%(전분기 대비)로 예상치를 웃돌았다지만, 달라진 통계방식의 효과가 작지 않아 종전 방식으로 계산하면 0.5%에 그쳤다는 분석도 있다. 세월호 여파로 2분기 성장률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한은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4월 전망치는 정체 상태였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기업들은 성장이 멈춰가는 중이다. 외신들도 한국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