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반응까지 판박이인 세월호 수습 과정

입력 2014-04-28 20:30
세월호 후속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풍경화다.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지고 국회는 부랴부랴 규제입법을 만들어 내고 사업자를 구속하고 비리혐의로 누군가가 붙잡혀 가는 등의 익숙한 풍경이다. 19년 전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나 지금까지의 허다한 선박사고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늘 이런 식의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한국적 프로세스다. 초동대응의 부실, 컨트롤 타워의 부재, 원인 규명의 불투명성, 실종자 구조활동의 혼선 등도 사고 때마다 어김없이 되풀이 지적된다. 판박이다.

관료들의 적폐가 드러나고 검찰이 나서는 것도 정해진 수순이다. 세월호 참사도 관료들의 책임회피와 복지부동 비리 부패 등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정부는 자율규제를 명분으로 선급협회 등에 업무를 맡겼지만 정작 퇴직 관료들이 협회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는 등 관치텃밭 구조였다는 점도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은 사업자는 물론 정치권까지 전방위적으로 칼날을 번뜩인다.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도 낱낱이 밝혀질 것이다.

이런 과정이 숨가쁘게 전개된 다음엔 어김없이 규제의 강화, 통제의 강화가 메뉴처럼 제시된다. 정부는 각종 안전 규제를 강화할 것이고 그에 편승해 환경 규제나 사회 규제 등은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규제 완화대상에서 안전과 관련된 규제는 제외하도록 하겠다고 치고 나온 터다. 재난 사고 후 30분 안에 현장을 파악하는 등의 실행 매뉴얼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물론 국토부뿐만도 아닐 것이다. 사고가 터지면 반복되던 흔한 풍경화다.

그렇게 만들어진 안전 매뉴얼이 지금 3200개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를 정도로 규제가 많다. 규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어디 있는지 모르고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문제는 규제강화의 칼날을 빼들면서 공무원들이 어김없이 살아난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한술 더 떠 온갖 규제 입법을 내놓는다. 결국 똑같이 원점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