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를 때 명심할 일

입력 2014-04-28 07:00
Money?Plus - 돈 버는 풍수

강해연 < KNL디자인 그룹 대표 >


1984년 미국의 과학 전문주간지 ‘사이언스’에는 로저 울리히 박사의 연구 논문이 실렸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병원에서 1972~1981년 담낭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 46명을 관찰했다. 모두 침대가 창가에 위치한 환자들이었다. 이 중 23명은 창을 통해 작은 숲을 내다볼 수 있었다. 나머지 23명은 창을 통해 돌담벽을 바라봤다.

울리히 박사는 각 환자의 바이탈 사인과 진통제 투입량, 입원기간 등 여러 수치지표를 조사한 결과 작은 숲을 바라본 환자들이 나머지 그룹보다 24시간 먼저 퇴원하고 진통제도 적게 복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얘기는 자연의 알 수 없는 힘이 병을 치유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넘어, 물리적 환경과 공간이 인간의 삶과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가 머무는 집과 사무실, 학교, 도서관, 공장 등 물리적 공간은 꾸준히 사람에게자극을 준다. 창 밖 풍경이나 책상에 놓인 화초 하나, 벽에 걸린 액자도 비슷하다.

안동 하회민속마을 양진당 사랑채에 올라 문을 열고 솟을삼문을 바라보면 대문 위로 새색시처럼 수줍게 올라간 봉우리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규봉(圭峰)이다. 사랑채의 문을 열면 늘 접하는 봉우리이니 어떤 식으로든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겠구나 싶다. 물론 ‘봉우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밝힌 논문은 없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이 누구던가. 산의 형(形)과 청탁(淸濁)이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혀 기술한 분들이 아닌가.

양진당에서 보이는 봉우리는 ‘삼태봉이 든 홀봉’이다. 홀은 한자로 ‘규(圭)’라 하는데 관리들의 소속 등이 적혀 있는 신분증을 가리킨다. 그것도 일반 관리가 아니라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신분증이다. 양진당은 ‘태하귀인’이라 칭하며 오늘날 국무총리에 버금가는 격의 인물을 꿈꿀 수 있는 그런 그릇(집)인 셈이다.

집이라는 그릇은 스스로의 맵시보다 그곳에 담길 생명의 삶을 빛내주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살피고 또 살펴 내 삶이나 가치와 하나가 되는 그릇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 ‘계곡물 위에 지어진 집-낙수장(Falling water)’은 세계 건축가들의 찬사를 받은 집이다. 자연과 인간을 일체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낙수장의 주인이던 카우프만 부부는 두통과 심신허약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 결국 이곳을 떠났다고 한다. 주 정부가 이 집을 사들여 관광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연도 과하면 화를 주고 그릇만 멋들어진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풍수지리 원전인 ‘인자수지(人子須知)’는 계곡 폭포수에 대해 ‘산사람도 죽은 사람도 우레 같은 물소리에 쉴 수 없다. 이곳에 신선이 될 욕심으로 터를 잡으면 되레 폭포의 기에 눌려서 광태(狂態)를 보이기 쉽다. 흔히 바람과 물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내는 땅이라 잠시 머물면서 관상할 자리이지 의식을 놓고 잠을 잘 터는 아니다’고 했다.

강해연 < KNL디자인 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