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처럼…美 중소도시 '고층아파트' 붐

입력 2014-04-27 21:14
미니애폴리스·캔자스시티 등에 '럭셔리 임대' 잇따라 건설

노년층, 교외서 도시로 U턴…임대 수요 당분간 계속 늘 듯


[ 뉴욕=유창재 기자 ]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는 ‘닉온피프스’라는 이름의 26층짜리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다. 오는 8월 완공되는 이 아파트 옥상에선 미시시피강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건물 내부에 수영장과 애완견 전용 공원까지 마련돼 있는 초호화 아파트다. 한국의 원룸 격인 스튜디오의 월 임대료는 1450달러(약 150만원). 아파트 꼭대기 펜트하우스는 월 9000달러(약 900만원)에 달한다. 인구 40만명의 작은 도시 미니애폴리스에서 전에는 볼 수 없던 가격대다.


미니애폴리스뿐 아니다. 미국 전역의 다운타운에 15층 이상의 고층 럭셔리 임대용 아파트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임대용 아파트는 기업이 건물을 소유한 채 입주자에게 임대하는 아파트다. 미국에서 개인이 소유하는 아파트는 ‘콘도미니엄’이라고 부른다. 시장정보회사 액시오메트릭스에 따르면 올해에만 74개의 고층 임대용 아파트가 미국에 들어설 전망이다. 내년에 완공되는 건설 프로젝트는 81개에 달한다. 1970년대 이후 가장 많은 숫자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임대용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 있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기준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주택을 사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수하고 있다. 특히 젊은 전문직 종사자는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 교외의 큰 집에 살던 중년 부부가 자녀들을 분가시킨 후 도시로 돌아오고 있는 것도 고층 임대용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자연히 임대료는 치솟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다운타운의 아파트 임대료는 지난해 9% 올랐으며 공실률은 4%로 하락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달에 1800달러짜리 아파트에 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댄 본(29)은 “출장이 잦고 미니애폴리스에 얼마나 살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집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집을 사야겠지만 그렇게 큰 투자를 할 정도로 안정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 생기는 아파트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카고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가 가장 많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미니애폴리스나 텍사스주 오스틴,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등 중소형 도시가 훨씬 빠르다. 오스틴에서는 지난해 시작해 내년 준공을 목표로 7개의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005~2012년 8년간 4곳이 지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건축설계회사 험프리스앤드파트너스의 마크 험프리스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고층 임대용 아파트가 전혀 없던 도시에서도 이른바 ‘맨해튼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 건물 수요가 둔화하면서 울상이던 부동산 개발업체는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의 부동산 개발업체 오퍼스 그룹의 팀 머네인 최고경영자(CEO)는 “몇 년 전까지 미미했던 아파트 건설사업 비중이 3년 전부터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과도하게 아파트를 많이 지은 상태에서 수요가 감소하면 건설사와 개발사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계속돼 ‘다운타운의 진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분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