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으로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정치를 묻는 제나라 임금 경공에게 공자가 던져준 답이다. 각자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가정도, 사회도, 국가도 태평해진다는 의미로 읽힌다.
리더는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이끄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리더는 국가를 다스리고, 조직을 다스리고, 기업을 다스린다. 국가나 조직, 기업의 흥망성쇠는 대부분 리더가 좌우한다.
그만큼 리더의 책임이나 역할은 막중하다. 리더십(leadership)은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을 일컫는 말이다. 소통, 통찰력, 비전, 용기, 책임감, 아이디어, 실천, 지식, 인격 등은 모두 리더십의 요소들이다.
리더십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리더십은 이끄는 조직·단체, 시대에 따라 그 방점이 조금씩 달라진다. 공자는 인(仁)에, 맹자는 덕(德)에, 한비자는 엄(嚴)에 리더십의 방점을 두었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는 통치자의 리더십을 ‘호랑이처럼 용맹하고 여우처럼 간사한 것’으로 묘사했다.
물론 500년 전 ‘군주의 리더십’을 현대에 그대로 접목하는 것은 무리다. 한비자의 엄격함도 소통이 화두인 21세기에 그리 어울리는 리더의 자질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조직이 달라져도 리더십의 공통분모는 있다. 책임감이 그중 하나다. 국가든, 기업이든, 조직이든 리더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책임감은 나보다 조직이나 그 구성원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현란한 말보다 묵직한 실천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원칙을 말하기보다 그 원칙을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선장이라는 리더의 ‘무책임’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공자의 ‘군군신신 부부자자’는 리더는 리더다워야 함을 함의한다.
훌륭한 리더는 번영되고 조화로운 국가를 만들고, 효율·창의가 넘치는 조직을 만든다. 최고경영자(CEO)라는 리더 역시 기업의 방향을 잡아주는 ‘조타수’다. 조직 구성원의 역할과 책무를 뜻하는 팔로어십(followership)은 리더십이란 동전의 뒷면이다.
리더가 앞에서 끌 때는 뒤에서 밀어주고, 리더가 뒤에서 밀 때는 앞에서 끌어줘야 한다. 리더와 팔로어는 리더십을 빛나게 하는 짝꿍인 셈이다. 4, 5면에서 인간의 오류는 왜 생기는지, 바람직한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