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팬' 으로 만드는 법, 구글·레고에서 배우자

입력 2014-04-25 07:00
LGERI 경영노트

KLM네덜란드항공
고객에 운동용 밴드 선물
SNS통해 고객 성향 파악
작은 '관심'으로 지지 얻어


기업의 경영에 팬이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과 팬 사이, 팬과 팬 사이 소통을 돕는 창구도 늘어나고 있다. 팬과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 팬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다.

우선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는 속담은 스타와 팬 사이에서도 통한다. 팬 커뮤니티에서 댓글을 달거나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감사 메시지를 올리는 스타의 행동은 팬에게 큰 의미가 된다. ‘나에게도 팬들이 소중하다’는 신호는 팬들의 애정에 기폭제가 된다.

기업과 소비자의 유대 관계에도 비슷한 방법이 쓰일 수 있다. KLM네덜란드항공은 탑승 대기 중인 고객에게 깜짝 선물을 전달하는 이벤트를 했다. 탑승객의 SNS를 통해 운동을 좋아하는 성향을 파악한 뒤 운동용 밴드를 탑승객에게 선물하는 식이다. 탑승객은 고마움을 느끼고 다른 이들에게 이를 알리게 된다. KLM네덜란드항공은 이 이벤트를 통해 트위터에서만 백만 번 이상 노출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고객을 향한 작은 관심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마케터의 역할을 하는 팬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두 번째 격언은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다른 이들과 공감을 원한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감동과 애정을 팬커뮤니티에서 나누며 스타에 대한 애정을 더욱 키운다.

기업도 그렇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 레고도 그 중심에는 팬들이 있다. 함께 모여 창작물을 만들고 전시하며 공동의 경험을 만들어간다. 팬커뮤니티에서 레고의 즐거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애정을 키워 간다. 레고는 연합 창작 전시회 등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며 팬층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팬들은 대중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활동하고 있다. 팬의 의견이 반영돼 만들어진 콘텐츠는 팬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는다. 누구나 자신들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물에 더 애정이가게 마련이다. 업무 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작업에 애착이 가는 것과 비슷하다. 이들 팬은 더 많은 팬을 끌어 모으는 데 기여한다.

구글도 팬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구글은 구글글래스를 기대하는 팬들을 대상으로 ‘내가 글래스를 갖고 있다면’ 콘테스트를 열었다. 또 좋은 아이디어를 제출한 지원자에게 체험 기회를 줬다. 콘테스트에서 모아진 팬들의 아이디어는 향후 글래스가 널리 사랑받도록 만드는 일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스타-팬 관계와 기업-소비자 관계 모두 결국 사람 간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는 필요에 의해 만나기보다는 일 없이 자주 보고 때로 손해도 보면서 가까워지게 마련이다. 기업도 눈앞의 판매량이나 이익에 급급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교류를 통해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간다면 든든한 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재훈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jeong@lgeri.co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