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후 최연소…"산학협력단장 역임…인적 네트워크 풍부"
과학교육·물리학 두루 연구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등 거쳐
[ 김태호 / 정태웅 기자 ]
이화여대 차기 총장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 최경희 교수(52·여)가 선임됐다. 이공계 출신 총장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최 교수는 1980년 이후 최연소 총장이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임기는 8월1일부터 4년간이다.
이화여대 학교법인인 이화학당은 24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추천한 후보 3명 가운데 최 교수를 제15대 신임 총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화여대 신임 총장에는 최 교수를 포함, 4명의 교수가 경쟁을 벌였다.
총장으로 선임된 최 교수는 과학교육 분야 전문가다. 1985년 이화여대 과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1987년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과 1994년 미국 템플대 대학원에서 물리학 석사, 과학교육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역대 총장은 주로 법학 및 철학 전공 교수가 맡았다. 김선욱 현 총장(14대)을 비롯해 신인령 전 총장(12대), 윤후정 전 총장(10대) 등은 법학 전공 교수들이다. 11대 총장을 맡았던 장상 전 총리와 9대 총장 정의숙 교수는 철학 전공 교수다.
이화여대가 첫 이공계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한 것은 최근 ‘산학협력’ 등에 박차를 가하는 학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화여대는 최근 벨기에 화학기업인 솔베이그룹과 손잡고 산학협력관을 설립했다. 솔베이그룹과는 현재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연구교육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산학협력단장을 맡아 산학 관련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쌓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도 총장 선임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다양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해 각종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할 수 있는 분”이라며 “이사회가 총장으로 최 교수를 지목한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1962년생인 최 교수는 1939년 김활란 총장(당시 40세), 1961년 김옥길 총장(당시 40세), 1979년 정의숙 총장(당시 49세)에 이어 네 번째로 나이가 어린 총장이기도 하다. 정 총장이 선출된 1979년 이후에 선출된 총장 중에서는 최연소다. 교수 정년인 만 65세를 감안하면 최 교수의 경우 세 번 연임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화여대가 장기적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젊은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교수는 미혼이다. 지금까지 기혼자가 이화여대 총장이 된 사례는 장상(11대), 이배용(13대) 전 총장 등 두 차례에 불과하다. 이화여대에서 남자 총장이 선임된 사례는 아직 없다.
김태호/정태웅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