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업정지 후폭풍
[ 안재석 기자 ]
KT의 지난달 무선통신시장 점유율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졌다.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으로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불법 보조금에 따른 영업 정지로 지난달 거의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무선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은 대략 ‘5 대 3 대 2’ 구도를 유지해 왔다. KT의 부진은 통신시장의 판도 변화를 촉발, 3사 간 경쟁이 더욱 격화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4일 발표한 3월 무선통신 가입자 통계를 보면 KT의 시장 점유율은 전달에 비해 0.18%포인트 떨어진 29.86%로 집계됐다. 가입자 수는 1647만3385명으로 전월 대비 5만3000명가량 감소했다.
KT의 점유율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2002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으로 무선통신시장이 본격적인 3사 경쟁 체제로 바뀐 이후 처음이다.
반면 SK텔레콤의 점유율은 50.42%로 전월 대비 0.3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19.87%에서 19.72%로 소폭 하락했다.
무선통신시장을 흔든 가장 큰 변수는 영업 정지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달 13일 이후 나란히 영업 정지에 묶인 반면 SK텔레콤은 3월 한 달 내내 정상영업을 했다.
문제는 KT의 시장 지배력이 추세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말 31.54%였던 KT의 점유율은 줄곧 내림세를 보여 지난 2월엔 30.04%까지 하락했고, 3월 들어 결국 30%선마저 무너졌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인구 대비 110% 수준에 이른다. 한쪽이 늘어나면 한쪽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에 진입했다. KT가 허점을 보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공세가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KT 역시 ‘수성(守城)’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KT는 영업 정지가 풀리는 오는 27일부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다. 30%대 탈환이 최대 숙제가 될 전망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