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자영업 대란의 경고음

입력 2014-04-24 20:37
수정 2014-04-25 04:35
강창동 유통전문기자·경제학博 cdkang@hankyung.com


[ 강창동 기자 ] 밤 9시쯤 퇴근길에 동네상권 100m 거리를 걸어가며 촘촘히 늘어선 가게들을 세어 봤다. 옷가게 한 곳을 제외하고 12개가 모두 음식점이나 주점이다.

가격할인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은 유리창 너머로 가게 주인들은 멍하니 TV만 보고 있다. 석 달 전 새로 생긴 생고기집은 ‘돼지한마리 900g, 3만원→2만5000원’을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6개월 전 문을 연 분식집은 짜장면 3000원(오픈 특가)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인테리어에 잔뜩 돈을 들인 일본식 사케주점엔 테이블 15개 중 단 2개에만 손님이 앉아 있다.

지난 1월 개점한 삼겹살집은 150g당 1만원을 유지하다 이달 초 7000원으로 내렸다. 12개의 외식점포 중 절반은 최근 6개월 사이 간판이 바뀐 곳이다.

출혈경쟁 악순환 반복

동네상권의 모습은 전국 어디서나 별반 다르지 않다. 출혈경쟁에서 도태된 자영업자는 빈곤층으로 내려앉고, 그 자리를 또 다른 퇴직자가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악순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난달 현재 총 근로자 2516만명 중 자영업자는 2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자영업자 비율 15.9%에 비해 너무 높다.

둘째는 식음료 업종에 쏠려 있다는 것. 지난달 현재 자영업자 676만여명 중 7만명 이상이 치킨집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손쉬운 업종에 몰리다 보니 한 해 문을 닫는 치킨집만 7000개를 넘는 실정이다.

살아남은 자영업자들도 빚더미에 짓눌린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 약 1000조원 중 43.6%를 자영업자가 차지하고 있다. 1인당 부채 규모는 자영업자가 1억16만원으로 임금근로자의 2배에 육박했다. 가게의 적자를 빚으로 메우는 형국이다.

자영업 대란의 경고음이 가까이서 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705만명이던 자영업자 수는 지난달 676만명으로 5개월 새 30만명 가까이 줄었다. 퇴출된 자영업자는 재취업보다는 빈곤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창업자금 퍼주기 자제해야

근본 대책은 일자리 창출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한 곳에 평균 네 명의 고용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00개 이상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기업이 100개 육성되면 40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여기에 퇴출되는 자영업자들을 교육시켜 배치하면 일석이조다.

5년 전 정부는 이 같은 ‘프랜차이즈 1000-100 프로젝트’를 소리 높여 외쳤다. 이 프로젝트에 불을 붙여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공공기관에서 창업자금을 마구 푸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 일정한 교육을 수료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창업자금을 줘야 실패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

식음료 업종에 편중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서비스 프랜차이즈 아이템 개발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 프랜차이즈 선진국인 미국 일본에서는 베이비시터, 실버푸드 택배 등 다양한 서비스업을 개발해 수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자영업 시장의 침몰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경제학博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