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팬택 일방적 협상 결렬 선언…안타깝다"
팬택 "선 구매 물량 입장차…추가 협상 열려 있다"
[ 김민성·김효진 기자 ] '베가 시크릿 업'(모델명 IM-A900L) 출고가 인하를 둘러싼 제조사 팬택과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4일 LG유플러스는 '베가 시크릿업'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팬택이 출고가 인하 관련 협상 결렬을 일방적으로 선언해 단말기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팬택은 추가 대응 방안을 궁리 중이다. 지난 18일 일방적 출고가 인하에 '울며 겨자먹기'식 추가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최신 제품의 판매 중단이라는 최악 국면을 맞자 당혹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팬택 살리기'라는 출고가 인하의 당초 명분이 결국 '팬택 죽이기'로 퇴색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협상 결렬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고 있어 진실 공방이 불거지고 있다.
◆ LG유플러스 "팬택 일방적 협상 결렬 선언…안타깝다"
LG유플러스는 팬택이 구두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3일 밤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을 밝힌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LG유플러스는 "팬택이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최종 협상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단말기 가격책정을 할 수 없다"며 '베가 시크릿 업'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팬택 해당 단말기는 높은 출고가로 인해 판매 부진이 계속된 상황이었다"며 "오는 27일부터 (자사) 추가 영업정지가 예정돼 있는데다 기존 재고물량 판매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팬택 측과 출고가 인하를 구두 합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LG유플러스는 23일 저녁 팬택이 언론을 통해 협상 결렬을 발표한 뒤에도 추가 협상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팬택이 당초 당사에 요청한 선구매 물량만큼 경쟁사가 구매를 해주기로 했다"며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입장는 밝혔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해당 경쟁사는 SK텔레콤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출고가 인하가 '불법 보조금'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팬택과 재고보상 방안에 대해 구두 합의를 한 뒤 판매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추가 협상의 문을 계속 열어 놓는 등 팬택 제품의 판매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팬택 "선 구매 입장차…추가 협상 열려 있다"
팬택은 지난 18일 LG유플러스와 KT 등 이동통신사가 '베가 시크릿 업' 출고가를 일방적으로 인하한 뒤 재고 보상금 및 선 구매 물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실하게 협상했다는 입장이다. 2차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과 인도 업체 매각설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수익 악화 우려까지 떠안을 수 없다는 절박함도 컸다.
팬택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보조금 지원을 중단해 리베이트 0원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 결렬 상황에서 제품을 약 35만 원 계속 인하된 가격에 개통할 경우 보조금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LG유플러스를 감싸기도 했다.
팬택은 LG유플러스 측과 지난 일주일간 출고가 인하 문제를 논의해왔다. 3가지 쟁점은 ▲ 재고 보상금 액수 산정 ▲ 선 구매 물량 확정 ▲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 3사 공동 합의 등이었다.
LG유플러스는 '베가 시크릿 업' 가격을 95만 4800원에서 59만 9500원으로 약 35만원(37%) 내렸다. 이통사가 단말기 가격을 내릴 경우 제조사는 이통사가 보유한 동일 재고에 대해 인하분 만큼 재고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LG유플러스가 보유 중인 팬택 단말기 재고물량은 총 15만대. 이 중 '베가 시크릿업'은 약 8만4000대다. 팬택이 물어줘야할 재고 보상금이 300억 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일주일 협상 뒤 재고 보상금 규모는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선 구매 물량 확정이 문제였다. 재고 보상금을 떠안은 제조사가 이를 만회하려면 이통사가 인하한 가격으로 얼마나 더 많은 물량을 팔 수 있을지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팬택 측 요청 규모에 LG유플러스가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팬택 관계자는 "LG유플러스 측에 출고가 인하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안되다보니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며 "다만 추가 협상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민성·김효진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