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소득 과세' 대응 전략] 외국인 임대, 1~2년치 월세 선불로 받고…월세 소득 드러나지 않아

입력 2014-04-24 07:00
정부, 추적 과세 가능성
갑작스런 귀국땐 공실 부담


[ 김병근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모씨(53)는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 동부이촌동에 있는 한 채는 자신이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다른 한 채(한강로 벽산메가트리움)는 임대를 주고 있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을 받는 조건이다. 외국인 세입자가 많은 지역임에도 한국인 세입자만 고집하던 그였지만 최근 돌연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김씨는 “계약 만료를 석 달 앞두고 있어 기존 세입자의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미군이나 유학생 등 외국인 세입자를 구하고 싶다”며 “임대 소득에 과세한다는 정부 발표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월 전·월세 소득에 과세하는 내용의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이후 임대소득자와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월세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 외국인 및 유주택자를 세입자로 선호하거나 다가구주택 투자를 검토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외국인 세입자 선호도 높아져

외국인은 보통 한 달치 월세만 보증금으로 내는 순수 월세 방식이나 1~2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깔세’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확정일자를 받는 일이 드물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임대차 확정일자 자료를 받아 월세소득에 과세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이들의 월세 소득에 대한 세원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다. 한국인과 달리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것도 외국인 세입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 한강로 S공인의 K사장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나온 뒤 외국인 세입자를 들이면 어떻겠느냐고 문의하는 집주인이 꽤 많이 늘었다”며 “외국인은 확정일자를 받지도 않고 연말에 소득공제를 신청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사는 외국인은 157만6034명이다. 10년 전(62만8860명)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다국적기업의 국내 진출 및 한국 기업의 외국인 전문 인력 영입이 늘어나고 있어 외국인 거주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외국인 임대시장 규모는 약 79만가구,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서울은 10만가구, 8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전에 비해 세 배 정도씩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외국인(2~3인 가구 기준) 월평균 임대료를 서울 70만원, 기타지역 40만원으로 잡고 산출한 수치다.

낮은 수익률·추적 과세는 리스크

외국인 임대 시 주의할 점도 적지 않다. 미군의 경우 미군 당국에서 집세를 지원한다. 계급별로 지원액이 정해져 있는데 7년여 전에 책정된 후로 변화가 없어 최근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당국은 정확히 집세만 지원하기 때문에 관리비는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수익률이 예전만 못할 공산이 큰 것이다.

정부가 추적 관리를 통해 과세할 가능성도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월세 소득자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다주택자에 대한 특별 조사를 통해 과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후 외국인 임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위험한 일”이라며 “소득이 있으면 과세하는 게 당연하고 형평성도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화 차이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사정이 생겨 급하게 귀국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미리 받은 월세를 돌려줘야 하고 공실 부담도 커진다. 때문에 계약을 맺으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둬야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외국임 대상 임대 외에 투자 대상으로 다가구주택(19가구 이하가 살 수 있는 원룸형 단독주택)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주인이 살고 있는 9억원 이하 다가구주택은 몇 가구가 거주하든 1가구로 간주해 임대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