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서둘러 CEO 인사…백화점 사장에 이원준 씨 "정도경영으로 클린 롯데 새 출발"

입력 2014-04-23 21:34
수정 2014-04-24 03:47
백화점 사장에 이원준 씨

2년간 롯데면세점 이끌며 공격적 마케팅 성과 거둬
조직안정에도 적임 기대

면세점 대표엔 이홍균 씨


[ 박준동 기자 ] 롯데그룹은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부사장(58)을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헌 전 롯데백화점 사장이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은 신 전 사장의 유죄 여부가 법원에서 가려지지 않았지만, 핵심 계열사의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임 사장은 내정 발표 직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내정자 신분이어서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도 경영을 통해 롯데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 사업이 정체 상태에 접어들고 있지만 5년, 10년을 내다보는 안목과 비전을 통해 성장동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이 사장이 ‘클린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 주력 계열사의 사령탑으로 발탁된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의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직원들에게 청렴과 윤리를 강조해 왔고 이를 실천해 왔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이 사장이 백화점 업무 흐름을 잘 알고 있어 조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며,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롯데면세점의 가파른 성장을 이끌어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2년여간 롯데면세점 대표로 있는 동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괌,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에 점포를 새로 냈다. 또 중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매출을 2011년 2조7000억원에서 2013년 3조5000억원으로 불렸다. 같은 기간 글로벌 면세점 업계 순위를 5위에서 4위로 올렸다.

이 사장은 충북 청원 출신으로 청주상고와 청주대 행정학과를 나와 1981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으며, 롯데백화점 본점장 상품본부장 영업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2년 2월부터 롯데면세점 대표를 맡아왔다.

롯데쇼핑은 향후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이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백화점 대표와 롯데쇼핑 대표를 겸하게 된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외에 마트, 슈퍼, 시네마 등을 사업부문으로 두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이인원 부회장이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롯데쇼핑은 이 사장을 포함해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롯데면세점 대표이사에는 이 회사 영업부문장인 이홍균 전무(59)가 선임됐다. 이 신임 대표는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했으며 롯데면세점에 입사한 뒤 소공점장 영업부문장 상품부문장 등을 지냈다.

한편 재계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세월호 사고에 집중된 사이 롯데그룹이 홈쇼핑 비리 후속 조치를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