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소중한 시간, 소중한 한끼를 꾸밀 수 있는 나들이용 제품입니다…"
홈쇼핑 쇼호스트들의 고충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직업적 특성상 '자극적인 표현'으로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를 유도해야 하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쇼핑이 주춤하면서 일선에서 홈쇼핑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쇼호스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모 방송에서 패션·이미용을 담당하는 한 쇼호스트는 23일 "회사 측에서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표현은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온 상태"라며 "멘트의 내용 뿐만 아니라 목소리 톤도 최대한 차분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홈쇼핑 매출은 쇼호스트들이 시청자들의 구매심리를 얼마나 자극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에는 형용사 등 자극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는 멘트들을 다 빼고 있기 때문에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주말인 19~20일 CJ오쇼핑의 매출은 전주에 비해 20% 가량 줄었다. 지난 16~20일 GS샵의 매출도 전주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CJ오쇼핑·GS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은 여객선 사고와 관련해 여행상품과 여행관련 상품 등을 방송편성에서 전부 제외시키고 일반 생활용품 등으로 대체한 상태다.
특히 4월은 포근해지는 날씨 때문에 나들이를 준비하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관련 상품이 쏟아질 때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쇼호스트들에게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방송을 이끌 것을 당부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평소 자주 사용하던 '주문 콜이 많다', '매진 임박' 등 상업적 표현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쇼호스트는 "방송에서 판매하는 상품 매출은 쇼호스트들 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멘트를 하기도 안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제품을 구매하라는 멘트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