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신기술로 도약] 삼성, 바이오·의료기기·2차전지…23조 투자

입력 2014-04-23 07:00
[ 박영태 기자 ]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4년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모든 것을 다 바꾸자’는 마하 경영의 요체는 초일류 상품을 만들어내는 창의성이 핵심이다. 삼성은 2010년부터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2차전지 등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래 먹거리 육성에 쏟아부은 돈만 23조3000억원에 이른다. 바이오·제약에 2조1000억원, 의료기기 1조2000억원, 자동차용 전지 5조4000억원, LED(발광다이오드) 8조6000억원, 태양전지 6조원 등이다.

○사업재편 통해 핵심소재 강화

삼성이 최근 잇따라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는 것은 초일류 기업·초일류 상품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3월 말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이 대표적인 경우다.

제일모직을 품에 안은 삼성SDI는 정보기술(IT) 소재와 2차전지 사업을 아우르는 IT 소재·부품회사로 탈바꿈하게 됐다. 소형 2차전지 세계 시장 1위인 삼성SDI는 경쟁사인 LG화학에 밀리는 중대형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배터리 원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었다. 배터리 원천 경쟁력 강화는 소재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일모직이 갖고 있는 소재 역량이 배터리의 소재혁신을 이끌어 내는 데 한몫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제일모직의 합성수지 사업을 기존의 전자·IT 시장 위주에서 자동차용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특히 자동차용 2차전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크라이슬러 전기차 F500e에 2차전지를 공급한 데 이어 BMW의 i3와 i8에는 단독으로 2차전지를 납품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전기차 개발 컨소시엄(USABC)과 공동으로 차세대 전기차용 전지도 개발 중이다.

○M&A 통한 초일류 바이오제약

삼성은 바이오·제약 사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2011년엔 세계 상위권 바이오제약업체인 퀸타일즈와 손잡고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2012년에는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인 바이오젠 아이덱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웠다.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6종에 대한 개발작업과 함께 2종에 대한 임상시험(3상)이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세계적 제약사인 BMS, 로슈와 바이오의약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은 송도경제자유구역에 바이오 플랜트를 운영할 예정이다.

의료기기도 삼성의 미래 먹거리의 한 축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아날로그 방식인 의료 장비에 디지털 기술을 입혀 업계 선두주자로 뛰어오른다는 전략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다양한 기술을 융복합화해 세계 의료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추진 중이다. 초음파 검사기기 업체인 메디슨의 지분 65.8%를 인수한 데 이어 심장질환 진단 솔루션업체 넥서스, 이동형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전문업체 뉴로로지카를 순차적으로 인수했다.

○R&D 연구소 수도권 건립

삼성은 R&D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소 건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제2 도약과 혁신·창조의 산실 역할을 하게 될 수원 디지털시티 내 모바일연구소(R5)가 지난해 6월 가동에 들어갔다. 내년 5월에는 서울 우면동에 첨단 R&D센터가 들어선다. 연면적 33만㎡(10만평), 지상 10층, 지하 5층 건물 6개 동으로 이뤄진 첨단 R&D센터에는 1만여명의 연구인력이 상주할 예정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