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국내시장선 설 땅 잃었지만…삼성·LG, LED 조명 다시 불 밝힌다

입력 2014-04-22 21:33
미국·EU 등 주요국들 백열전구 퇴출 시작…올해 시장규모 100조 예상

뛰어난 통신·전자 기술에 막강한 가전 유통망 활용…세계시장 공략 정조준


[ 남윤선 기자 ]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의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사업은 2012년 이후 길고도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LED 조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에선 판로가 끊겼다. 세계 시장에서도 저가 제품은 중국업체들이, 고가는 필립스와 오스람 등 기존 강자들이 차지하고 있어 좀체 틈새를 뚫지 못했다.

큰 시련을 겪었던 대기업들은 최근 전열을 재정비하고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기존 백열전구를 퇴출시키기 시작하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LED 조명시장 규모는 70조~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LED 조명은 백열등 대비 전력 사용량이 5분의 1 정도고 수명은 25배 이상 길다.

◆포기할 수 없는 ‘100조원’ 시장

한국은 LED 조명의 핵심 부품인 LED 반도체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언리미티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LG이노텍, 서울반도체는 각각 세계 2위와 4위, 5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조명등 완제품 시장에선 얘기가 다르다. 오스람, 필립스 등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도 싼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은 중기 적합업종 지정, 수출관세 부과 등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LED 조명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세계 LED 반도체 시장 규모는 50조원 남짓이지만, 조명 완제품은 최대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TV용 백라이트나 자동차용 LED가 아닌 일반 조명용 LED 전등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세계 각국의 백열전구 판매 규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올해 한국과 미국, EU, 호주, 러시아, 말레이시아에서 백열전구가 사실상 퇴출된다. 2016년부터는 중국과 브라질도 백열전구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삼성·LG “가전과 연계 공략”

LG전자는 계열사인 LG이노텍에서 LED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류시관 부사장을 지난해 영입해 조명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B2B(기업 간 거래)는 효율성을, B2C(일반소비자 거래)는 다양한 제품군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B2B용으로는 설치 용이성과 에너지 효율성 등 핵심 기능에만 집중하고 가격을 낮춘 제품을 내놨다. 아파트, 도로변 등에 대규모로 설치해야 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반면 가정용 등 B2C 제품은 단순 가격 경쟁으로는 중국 업체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갖춰 출시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LED 조명등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 조명’이 대표적이다. 고급 인테리어 시장을 겨냥해 두께가 3.9㎜에 불과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도 출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앞세워 중국과의 가격 차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기존 B2B에만 집중하던 전략을 바꿔 올해부턴 B2C 시장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 고가 제품군에선 스마트폰으로 밝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전구를 내세우되 값싼 제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결국 B2C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일반 가정용 범용품”이라며 “중국 업체와의 가격 승부를 마냥 피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아직은 색 구현력이나 제품 종류 등에서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이 한국 업체를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LED 조명시장 점유율 확대를 ‘해볼 만한 도전’으로 평가한다. 통신·반도체 기술이 뛰어난 데다 글로벌 가전시장의 유통망을 장악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조명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컨트롤하는 ‘스마트 홈’에 포함된 가전제품처럼 분류될 것”이라며 “LED 조명시장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