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구매 주기 돌아오고 월드컵 특수까지 겹쳐
[ 김현석 기자 ]
“일부 TV용 디스플레이 패널은 최근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지만 쇼티지(shortage)다.”(LG디스플레이 고위 관계자)
지난 2년간 불황을 겪은 세계 TV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일부 공급 부족이 나타날 정도다. 오는 6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TV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게 표면적 원인이다. 여기에 6~7년을 주기로 반복돼온 TV 구매 주기가 올해를 기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 TV사업부는 1분기에 과거 동기 대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은 오는 29일 발표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1분기에 예상보다 많은 TV를 팔았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1분기 LCD TV 판매량을 1150만대로, LG전자는 730만대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동기보다 5~10% 증가한 수치다.
TV 시장은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되며 지난 2년간 지독한 불황을 겪었다.
올 들어 TV 시장 부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가 오랜만에 살아나며 이들 지역에서의 수요가 늘고 있다. 신흥국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위기가 잠잠해지고,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월드컵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TV 수출은 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23.8% 증가했다. 중남미(증가율 53.6%) 유럽연합(28.0%) 미국(51.0%) 등에 대한 수출 증가세가 확연하다. 한국 업계는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의 TV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수혜도 받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TV 구매 주기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TV는 6~7년 주기로 바꾸는데, 디지털 TV 수요가 본격화한 2005~2009년 TV를 산 사람들이 헌 TV를 버리고 TV 매장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5년 출시된 LCD TV를 구입한 소비자의 TV 교체 시기가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04~2006년 1억8000만대 수준이던 글로벌 TV 판매량은 2007년부터 급성장해 지난해에는 2억2000만대에 그쳤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이 사이클이 내년부터 회복돼 2016년 2억4000만대로 살아날 것으로 관측했으나 최근 움직임은 작년을 바닥으로 올해부터 솟구치는 분위기다.
2010년 이후 TV 패널 값이 폭락해 가격 부담이 줄어든 것도 수요가 회복되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올해 TV 업계가 공통적으로 밀고 있는 초고화질(UHD) TV도 새로운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UHD 제품은 기존 HD(고화질)급 TV보다 화질이 4~8배 선명하다. 업계 1위 삼성전자는 UHD 화질을 가진 커브드(곡면) TV를 내놔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예약 판매량만 1000대에 육박한다.
TV 시장 회복은 패널 가격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4월 하반월 패널 값은 42인치 이하 모든 제품에서 1달러가량 올랐다. 42인치의 경우 지난해 5월 191달러에서 계속 하락해 지난달 135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이달 136달러로 1년 만에 첫 반등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