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인실련이 만든
인성교육 프로그램
81개 학교·단체서 '실천'
[ 임기훈 기자 ]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22일 인천 계양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등교시간에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존댓말로 인사를 건넸다. 학생들은 교실을 향해 종종걸음을 치면서도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했다. 이 학교가 인성교육을 위해 시행 중인 ‘바른말 쓰기’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학교에서는 한 달에 2~3교시 정도 도덕시간이나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고운말을 써야 하는 이유와 효과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교사도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쓰도록 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적응을 못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아이들 간 욕설이나 싸움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인사 잘하기, 효도,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 하지 않기 등 배려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적에 매몰된 학교를 진정한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정부와 학교가 인성교육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최근 교육부와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은 인성교육을 확산시킨다는 목표로 인실련과 교육부가 공동 개발한 인성교육 인증프로그램 활용 희망기관 선정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올해 인성교육 인증프로그램 활용 희망기관 선정에는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과 기관·민간단체·기업을 포함해 237곳이 신청했다.
선정된 곳은 총 81곳으로 유치원이 8곳, 초등학교가 46곳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15곳과 7곳이 뽑혔다. 대학교와 기관 민간단체 기업을 합쳐 총 5곳이 선정됐다. 이들 81개 학교 및 기관에는 100만원의 교육사업 지원금이 지급된다.
81개 기관은 신청한 프로그램 매뉴얼에 따라 7월까지 인성교육을 하고, 사업종료 후 운영보고서와 설문지를 작성, 인실련으로 제출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실련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관이 5월부터는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인실련이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학교폭력과 비행청소년이 생겨나는 이유를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입시를 위한 경쟁에만 치중하고 인성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공동체 의식을 높인다는 목표에서 1,3,5학년 학생과 2,4,6학년 학생 간 의형제·의자매 맺기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함께 등산이나 민속놀이 등을 체험하면서 서로의 신체적 정신적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조기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최근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봉규 인실련 사무총장은 “어릴 적부터 인성교육이 잘 안되면 어른이 돼서도 어려운 순간에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인간으로 자라나게 된다”며 “국민적 슬픔 앞에서 인터넷에 음란 게시물을 올리거나 거짓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