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배 침몰해요" 다급한 학생 첫 신고에…해경 "위도·경도 알려달라"

입력 2014-04-22 21:02
수정 2014-04-23 04:56
세월호 참사
금쪽같은 4분25초 낭비

1분35초간 학생의 119 신고
"살려주세요…" 8시52분 전화
상황실, 내용 듣고 해경 연결

2분50초간 똑같은 신고
해경, 다짜고짜 위치부터 질문
중요한 배이름은 뒤늦게 물어
초기대응 부실…시간만 허비


[ 최성국 기자 ]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해경이 최초의 사고 신고를 전남소방본부를 통해 접수하는 데 금쪽 같은 4분25초를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남119소방본부가 22일 공개한 사고 당일 최초 신고자인 단원고 학생 및 해경과의 3자 통화 녹취록을 통해 밝혀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소식이 처음 신고된 것은 16일 오전 8시52분32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학생은 “살려주세요” “여기 배인데 배가 침몰하는 것 같다”고 다급하게 상황을 전했다. 이 학생은 오전 8시54분까지 1분35초간 침몰 사실을 전남소방본부에 알렸고 8시54분7초에 신고내용이 목포해경에 전달됐다. 녹취록에는 통화 과정에서 전남소방본부가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사고 지점이 전남 진도 조도 앞 해상이라는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8시54분7초에 신고 접수가 돼 통화가 끝난 8시56분57초까지 2분50초간 학생은 해경에 똑같은 신고를 되풀이해야 했다. 해경은 다짜고짜 신고자가 알 수 없는 경·위도를 물었고 엉뚱하게 출항 장소를 묻는 사이 배는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배이름을 물은 것은 이보다 늦은 8시55분38초. 상황의 다급함을 인지했더라면 먼저 구조헬기와 구조선 출동을 지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해경은 이후에도 배 종류가 여객선인지 어선인지를 물었다. 또 지금 침몰 중이냐고 다시 묻자 “예?”하고 반문하는 내용도 실려 있어 신고 과정의 답답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런 후에도 해경의 동문서답식 신고 접수는 계속됐다. “한쪽으로 기울어서 침몰 중이라고요”. “여보세요? 혹시 옆에 누구 있습니까?” 신고 학생은 “선생님이 계신데 정신이 없어 대신 전화했다”는 설명을 해야 했다.

이렇게 힘겨운 과정을 거쳐 통화가 끝난 시각이 오전 8시56분57초다. 최초 신고 시간에서 4분25초가 지난 뒤 해경은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으로 경비정을 출동시켰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진도실내체육관의 한 실종자 부모는 “119와 해경이 사고 초기 신고 접수에서부터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했다”며 “그 몇 분간만 빨리 출동했더라도 많은 아이가 살았을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신고자가 선원인 줄 알고 경·위도를 물었다”며 “신속한 경비정 출동 지시를 위해 물었으며 처음에는 학생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