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쟁력이 국가 경제운명 좌우
미래 서울을 도시농업 메카 아닌
최고 서비스 시티로 만들 사람 필요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최근 미국 컨설팅회사 AT커니의 ‘2014 글로벌 도시지수(GCI)’가 발표됐다. 이 지수에서 서울은 2012년 8위에서 12위로 하락한 반면 베이징은 2012년 14위에서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번 GCI 하락에 따라 AT커니 지수에 주로 근거해 작성되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2014년 글로벌 도시 순위에서도 서울은 베이징과 자리바꿈할 것이 예상된다. 상하이의 GCI 순위는 2012년 21위에서 금년 18위로 상승했는데, 향후 상하이가 서울을 추월할 날도 머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중국을 비롯해 많은 세계의 도시가 급성장함에 따라 서울은 향후 하락 일로를 면할 수 없는 운명이다. 오는 6월 선출되는 차기 서울시장은 우선 이런 사실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시티란 무엇인가. AT커니는 각 도시의 비즈니스 활동, 인간자본, 정보교류, 문화 및 정치 등을 평가한 GCI가 “세계의 기업책임자들에게 지역 헤드쿼터, 리서치센터, 기업활동 허브 등을 선정할 때 가장 적합한 위치를 알려줄 정보”라고 설명한다. 포린폴리시는 “세계 최대, 최고로 집적된 도시들은 각 나라의 성장 엔진이며 그 지역으로 유입되는 자원의 관문이 된다”고 한다. ‘지구촌 시대’라는 오늘날의 세계적 추세에서 국가보다는 도시가 각국의 경제적 운명을 움직이는 주역이 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비록 최근 퇴조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서울은 한때 세계 8위를 차지한 세계의 초일류 도시다. 이런 현대적 도시의 가장 큰 기능은 서비스 산업, 특히 상업·금융·법률·교육·문화·미디어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은 노령화와 성장잠재력 하락의 늪에 빠지고 고학력 실업자가 무작정 늘어나는 형편이다. 제조업 우위에 기반한 성장과 고용창출이 한계에 달했고, 따라서 정부 기업 모두 새 성장동력을 서비스 산업에서 찾고 있는 중이다.
이런 계제에 서울 같은 현대적 서비스 산업 창출과 양질(良質)의 고용창출 근거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의 큰 자산이 된다. 만약 적절한 정책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서울도 홍콩 싱가포르 같은 세계적 서비스 허브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서울의 또 다른 자산은 부(富)가 쌓이는 중국의 심장부에서 그저 한두 시간 비행거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향후 중국의 허다한 부자와 중산층은 더 많은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할 것이다. 향후 서울이 얼마나 수준 높고 편리한 교육·의료·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유치 가능한 중국인의 잠재적 수요는 천정부지로 늘어날 수 있다. 상업·금융·법률 등 기타의 고급 서비스에도 이런 기회는 널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회가 넘쳐도 흘러가면 허탈만 남을 뿐이다. 이 모든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나 한국의 서비스 산업은 왜 오늘처럼 낙후돼 있는가. 국회의원 행정부에 사법부까지 산업 활력의 원천인 개방·자율·경쟁을 어디에서나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도시가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서울의 기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있다. 중국의 수많은 도시가 서울보다 더 선진적 도시가 된 후 과연 중국인이 무엇 때문에 서울을 찾을 것인가.
서울 시민들이 상식적 인간이라면 오늘날 누구나 이 세계적 메가시티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용할 것인가에 전심전력으로 고민해야 한다. 시장은 서비스 산업의 개방·경쟁·투자에 걸림돌을 만드는 국회와 정부를 전력으로 설득하고 투쟁하고, 공무원과 의회는 해외 서비스 수요를 유인함에 모든 방안을 마련하고 투자유치 활동을 해야 마땅하다.
이런 문제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자는 당연히 서울이 세계 최일류 도시가 될 때 그 혜택을 제일 먼저 거둘 서울 시민이다. 6월 서울시장과 시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이들은 미래 서울시를 협동조합천국, 도시농업의 메카로 만들 것인지 글로벌 서비스 시티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선택할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