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산업계 자숙 분위기 확산…광고·마케팅 자제

입력 2014-04-22 16:43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 열기가 고조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자숙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골프, 음주, 외부행사 등을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광고나 홍보, 마케팅 활동까지 튀지 않게 조절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기업 활동이라 해도 의도치 않게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우려해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소비 활동이 둔화돼 내수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자동차·전자·건설 등 마케팅 축소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하고서 마케팅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엄숙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당분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케팅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는 28일 신제품 '솔루스 TA31' 설명회를 연기했다.

당초 프로골퍼 장하나씨의 홍보대사 위촉과 우수 대리점주 시상식 등을 겸해 성대한 잔치를 준비했지만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해 일정을 변경한 것이다.

한국GM은 26일 경기 안산시 스피드웨이에 고객 180명을 초청해 최근 출시한 말리부 디젤과 BMW 520d,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을 비교 시승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대규모 희생자를 낸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에서 행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6월로 미뤘다.

해외 명차 메이커인 페라리는 29일 예정됐던 '캘리포니아 T' 신차 발표회의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으며, BMW는 24일 예정된 전기차 i3 신차 발표회 행사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생략하기로 했다.

E1은 18일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비전선포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 이벤트를 축소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18일 오픈한 충북 충주 2차 푸르지오, 서울 동대문구 푸르지오 시티, 서울 마곡역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 등 3개 모델하우스에서 진행하려던 초청 가수 공연 행사와 앰프를 사용한 고객 이벤트를 취소했다.

롯데건설은 25일부터 문을 여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2차 모델하우스에서는 경품행사 이벤트를 취소하고 분양상담만 하기로 했다.

일렉트로룩스 코리아는 23일로 예정된 청소기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연기했다.

중국 삼성은 18일 베이징에서 새 스마트폰 갤럭시S5 프로모션 행사를 예정대로 열었으나 추모 분위기를 고려해 최대한 차분하게 진행했다.

LG전자는 당초 상반기 빅 이벤트로 26∼27일 잡혀 있던 손연재의 리듬체조 갈라쇼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4'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 광고·홍보도 튀지 않게

제품이나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내는 기업들의 보도자료도 줄었다.

광고나 홍보를 하더라도 추모 분위기에 해가 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이 담기지 않도록 걸러내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사용하는 사진도 웃는 모습이 담기지 않은 차분한 사진 위주로 내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SK증권은 23일 소득공제장기펀드와 어린이펀드 가입고객에게 경품을 지급하려 했던 행사를 취소했으며, SK브로드밴드 역시 22일로 예정된 인터넷TV(IPTV)용 UHD TV 시연회를 취소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장 큰 이해관계자들인데 이들이 숨죽여 구조활동을 지켜보는 와중에 영업을 하겠다고 요란법석 떠는 것은 경영방침에 반하는 것으로 자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 내수경기 위축 우려도
산업계 일각에서는 기업 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고 소비가 둔화될 경우 경제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매출이나 내수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숙, 자제 분위기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화되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고 발생 전인 이달 초 내수 활성화를 위해 '황금연휴'가 있는 다음달 1∼11일 임직원의 휴가 사용을 장려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주요 기업에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휴가를 쓰라고 독려할 분위기도 아니고 새로 공문을 보내 휴가를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난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경제도 어려운데 참사로 분위기가 경색돼 국가적인 위기가 오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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