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야망…"BMW의 최대 협력사 될 것"

입력 2014-04-21 21:32
수정 2014-04-22 03:45
지금 산업 현장에선

배터리 독점공급하는 i3
美·한국 출시 앞두고 증산…3개 배터리 라인도 '풀가동'

美 테슬라도 테스트중…2014년 3000억 이상 매출 기대


[ 김현석 기자 ]
“삼성SDI가 미래에 BMW의 최대 협력사가 될 것입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사진)이 최근 독일 BMW 본사를 방문했을 때 그곳 고위 인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분야 ‘최강자’ 꿈이 영글고 있다.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BMW의 전기차 i3가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라인도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i3는 오는 24일 한국에도 출시된다.

○BMW 덕에 함박웃음

BMW는 지난주 i3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 공장 생산량을 기존 하루 70대에서 100대로 늘리기로 했다. 유럽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주문이 늘고 있어서다. i3는 작년 12월 나오자마자 월 판매량 500대를 돌파했고 올 2월 645대, 3월엔 800대 넘게 팔리며 순항하는 중이다. 현재 유럽에서만 1만1000대, 미국에서 1000여대의 사전 주문이 쌓여 대기 기간이 6개월에 달한다.

BMW는 이 때문에 이달 한국 출시 등을 앞두고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BMW의 첫 전기차인 i3는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던 차를 개조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전기차로 설계한 차다. 덕분에 △최첨단 디자인 △가벼운 탄소섬유 소재 △뛰어난 가속력 △한 번 충전으로 160㎞를 달리는 능력 등을 갖췄다. BMW는 고급 전기차인 i8도 6월께 출시한다.

BMW의 증산 결정에 가장 기뻐하는 업체는 삼성SDI다. 배터리 독점 공급사여서다. 2012년 독일 보쉬와의 합작(SB리모티브)이 깨져 BMW 공급이 어려워질 뻔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노르베르트 라이트 호퍼 BMW 회장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

배터리는 모터와 함께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삼성SDI 관계자는 “자동차 배터리 하나의 매출이 휴대폰 배터리 5000개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3개 배터리 라인 ‘풀가동’

삼성SDI는 2008년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작년 1분기까지 5년 넘게 투자만 했을 뿐 매출 실적이 미미했다. 하지만 올 들어 성장궤도에 올라탄 모습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BMW가 올해 i3를 3만대가량(하루 100대 생산 기준) 판매할 경우 삼성SDI의 배터리 매출은 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크라이슬러 F500e 매출을 포함하면 올해 자동차 배터리에서만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000억원가량이던 지난해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삼성SDI는 작년 말 울산공장에 배터리 2, 3호 생산라인을 동시 증설해 가동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주문이 몰리고 있어 1~3라인의 효율을 높여 완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진 사장은 전기차 양산을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경영진을 만나기 위해 지난해 3분의 1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덕분에 스포츠카 브랜드인 페라리와 포르쉐 등이 내놓거나 출시할 전기차에도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들어간다.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전문 업체인 테슬라로부터도 배터리 납품을 위한 최종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아 왔으나 최근 증산에 나서며 삼성SDI 배터리를 시험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