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에 초기 계약금 비율 낮추고 모기지 기준 대폭 완화
고금리 갈아타는 수요 끝물
우량대출 규모 감소도 영향
美장기투자 선호 1위 부동산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 사는 브렌트 커산스케는 지난달 침실 두 개가 딸린 46만5000달러짜리 아파트를 샀다. 그는 집값의 5%인 2만3250달러만 내고 나머지는 은행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로 충당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95%로 대출을 받은 셈이다.
미국 은행들이 모기지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엄격했던 대출 기준을 다소 풀고 다운페이먼트(초기 계약금) 비율도 내리고 있다. 주택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의 대출 확대가 부동산 경기를 더욱 달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출 문턱 낮추는 은행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TD뱅크는 지난 18일부터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을 위한 모기지 상품인 ‘라이트 스텝’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5%에서 3%로 내렸다.
뉴저지주의 밸리내셔널뱅크는 최근 일부 모기지 상품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25%에서 5%로 인하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커뮤니티신용조합은 오는 5월부터 41만7000달러 미만의 모기지에 대해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5%에서 3%로 내릴 예정이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100만달러 이상의 대형 모기지에 대한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20%에서 15%로 낮췄다.
은행들은 모기지를 받을 수 있는 고객 신용 기준도 낮추고 있다. 모기지 정보업체 엘리메이에 따르면 지난달 모기지 고객의 신용점수는 평균 755점으로 1년 전(761점)보다 낮아졌다. 중소은행에서 모기지를 받을 수 있는 신용 점수는 1년 전 715점에서 최근 679점까지 떨어졌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추는 데는 모기지 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차환대출 수요가 이제 끝물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JP모간의 1분기 모기지 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급감했다. 모기지은행연합(MBA)에 따르면 모기지 금액(차환 포함)은 2012년 2조달러에서 지난해 1조8000억달러로 감소했으며 올해 1조100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이클 프란탄토니 MB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지방은행과 신용조합 등이 수익원 확대를 위해 가장 공격적으로 모기지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투자 수단 1순위 주택”
한편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주택경기 회복세가 이어지자 미국인이 또다시 부동산과 맹목적 사랑에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업체 갤럽의 4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이 꼽은 장기투자 수단 1순위는 부동산(30%)이었다. 그 다음은 금과 주식(24%), 양도성예금증서(CD)와 예금(14%), 채권(6%) 등의 순이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주식(34%, 28%)이 부동산(19%, 20%)보다 선호도가 높았지만 2년 새 순위가 역전됐다.
그러나 포천은 부동산 장기투자 수익률이 좋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 기준으로 1890~1990년 100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주택가격은 연평균 0.2% 상승했다.
반면 1929년 이후 S&P500지수의 인플레이션 조정 수익률은 연평균 6.32%, 국채투자 수익률은 3%였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