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로 몰리는 뮤추얼펀드

입력 2014-04-21 21:23
수정 2014-04-22 03:52
2014년 들어 13건…2013년 16건 근접
'은퇴금으로 고위험 투자' 비판도


[ 뉴욕=유창재 기자 ] 실적이 입증된 대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뮤추얼펀드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대기업 성장이 둔화되자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실리콘밸리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초기에 투자한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경우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고 뮤추얼펀드에 돈을 맡긴 미국인의 은퇴자금으로 위험한 베팅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랙록, T로프라이스, 피델리티, 야누스캐피털 등 4개 뮤추얼펀드 회사가 지난해 스타트업에 투자한 건수는 16건에 달했다. 2011년 6건, 2012년 9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 들어서는 이런 추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재까지 이미 13건의 투자가 이뤄졌다.

T로프라이스는 지난 19일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에 4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상장 전 트위터에도 투자하는 등 실리콘밸리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뮤추얼펀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올초 클라우드서비스업체 드롭박스에 투자하는 등 최근 2년간 10건의 투자를 했다.

스타트업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뮤추얼펀드는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보다 장기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투자자 관리에 신경을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형 뮤추얼펀드가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IPO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는 위험성이 높고 투자 투명성도 떨어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 인터넷 회사에 투자했던 일부 뮤추얼펀드가 큰 손실을 본 사례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블랙록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는 전체 운용 자산의 작은 부분일 뿐 아니라 투자 대상도 IPO를 목전에 둔 검증된 회사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