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자역사박물관' 조용히 개관한 까닭…

입력 2014-04-21 14:00
애도 분위기 속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개관…다양한 '최초' 전시
평일 예약 필수…토요일 예약없이 누구나 무료 관람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는 21일 전자산업 발전 역사와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IM)'을 열었다. 여객선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애도가 깊어지는 시점임을 감안해 주요 경영진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한 '조용한' 개관이었다.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행사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및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정보기술(IT)·모바일(IM) 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은 이날 개관을 앞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국민이 슬퍼하는 상황에서 일정 연기를 고민했다" 며 "그러나 이날 개관 일정에 맞춰 국내·외 거래선 등 방문이 잡혀있는 상황이어서 일정대로 진행하되 최대한 차분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관식은 외부인사 초청 없이 사내 경영진들만 참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권 부회장은 개관사로 "전자산업의 역사는 새로운 가치에 대한 인간의 도전과 열정을 보여주는 발자취와 같다" 며 "혁신이 살아 숨쉬는 이 박물관에서 미래 스마트 라이프를 창조해가는 삼성전자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SIM은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심장'인 수원 디지털시티 내에 건립됐다. 5개층, 1만 950㎡(3312평) 규모로 기존 삼성전자 홍보관보다 4배 크다. 디지털시티는 평소 기술 보안 등 이유로 일반인 출입이 제한적이지만 SIM은 문턱을 없앴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예약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토요일은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다.

1·2전시관에는 전기 관련 연구 시작부터 전구, 통신, 라디오, 가전 기기의 등장과 진화를 보여주는 '골동품'들을 전시했다. 초기 에디슨 전구를 비롯해 최초의 축전지인 라이덴병과 최초 세탁기, 최초 진공청소기, 최초의 휴대전화 및 진공관 라디오와 TV 등 150여점이다.


천장에 매달린 5개의 원뿔(cone)형 전시공간에 전자제품 발명 이야기가 영상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멘스(1847년 설립), AT&T(1885년), 필립스(1891년), GE(1892년), NEC(1899년) 등 100년 이상 된 전자기업들의 초창기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2전시관에선 초기 전자기업들을 주축으로 한 '정보 혁명'을 살펴볼 수 있다. 반도체존, 디스플레이존, 모바일존으로 꾸몄다. 트랜지스터의 등장과 집적회로 기술의 발달, 모바일 반도체로 이어지는 반도체의 역사, 흑백·컬러·평판·스마트 등 대중문화와 함께 발전해 온 디스플레이 산업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모바일존에서는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 및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통신 기술 수준 및 벽돌폰으로 불린 카폰 등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1999년 세계 최초로 손보인 손목시계형 휴대폰(SPH-WP10) , 2010년 칠레 광산 사고 당시 광부들에게 희망을 전해줬던 빔프로젝터 휴대폰(GT-i7410) 등 과거 혁신 제품도 있다.

3전시관은 삼성전자가 첨단 기술로 창조할 미래상 및 각오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입구 영상관에 설치한 초대형 곡면(커브드) 스크린 및 천장의 돔 스크린, 7.1채널 입체음향을 통해서다. "삼성의 이노베이션에는 쉼표도 마침표도 없다.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수년동안 자체 재원을 투자해 SIM 개관에 공을 들였다. 일반 기업이 전자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총망라한 박물관을 세우는 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평일 예약은 홈페이지(www.samsunginnovationmuseum.com)에서 할 수 있다.

수원=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