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출점 규제 1년…속타는 창업 희망자

입력 2014-04-20 21:59
수정 2014-04-21 04:30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출점규제 효과 놓고
동네 빵집-프랜차이즈 갈등 지속
창업 비용 늘고 소비자 혜택 줄어
규제 부작용은 도외시


[ 강진규 기자 ]
대구 북구에 조성 중인 신도시 ‘금호지구’에 제과점 파리바게뜨를 내기로 한 A씨는 주변 부동산을 돌며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 A씨는 뚜레쥬르 등 경쟁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출점 여부를 체크하고 있지만, 그가 특히 신경쓰고 있는 것은 ‘동네 빵집’이다. 인근 지역에 개인 제과점이 먼저 입점하면 거리제한 규제를 적용받아 계획을 취소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A씨는 “2009년 12월부터 가맹 본사와 협의를 시작해 금호지구가 입주를 시작하는 내년께 출점하는 것이 확정된 상황이지만 그 전에 동네 빵집이 생길 경우 어찌될지 몰라 초조하다”고 말했다.

제과점 출점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동네 빵집과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간의 갈등만 부각될 뿐 정작 제과점과 관련된 수요자인 예비창업자와 소비자는 도외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과 컸다” vs “근거 없다” 공방

지난해 3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제과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전년도 말 점포 수의 2% 이내에서만 확장할 수 있고, 개인 제과점 500m 이내(도보 기준)에는 출점 자체를 할 수 없게 됐다. 규제를 적용받은 파리바게뜨는 지난 한 해 동안 점포를 27개 늘리는 데 그쳤다. 뚜레쥬르는 점포가 10개 줄었다.

대한제과협회는 이 규제로 인해 동네 빵집이 크게 성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은 “집계 결과 제도가 시행된 후 전국적으로 507개의 제과점이 새로 문을 열었고 매출이 30~35%가량 증가했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동네 빵집에 큰 희망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김 회장의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빵 소비량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중소업체의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려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야 정상인데 그런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협회 측에서 집계한 동네 빵집 수는 협회에 가입한 회원 수인 것으로 안다”며 “동네 빵집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정적 창업 어려워졌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양측의 논쟁에 ‘예비창업자’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는다. “일반 자영업보다 안정적인 프랜차이즈 점포를 내기 어려워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통계청 조사와 프랜차이즈 본부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종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29%에 불과한 반면, 5년간 등록된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폐업률은 10~15% 수준으로 생존율이 8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미 검증된 사업 모델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패 위험이 적다”며 “별다른 기술 없이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출점을 제한한 탓에 권리금이 오르는 등 진입장벽만 높아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지만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상반기 점주가 교체된 빵집 124곳을 조사한 결과 권리금이 평균 5782만원에서 8096만원으로 39.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점주가 바뀐 한 점포는 권리금이 5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소비자 만족은 뒷전?

일반 소비자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각 점포의 영업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면서 경쟁을 하지 않게 돼 품질, 서비스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정 수준의 품질과 서비스가 보장되는 브랜드 빵집이 늘어나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제과협회가 뚜레쥬르 측에 “제휴 할인 폭을 줄여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 계약을 체결해 T멤버십 고객에게 20% 할인된 가격에 빵을 판매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할인을 많이 하면 동네 빵집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게 대한제과협회의 입장이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제휴 할인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당시 합의한 부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