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 전환은 책임경영 강화 위한 것"…정몽원 "그룹차원 (주)한라 지원없다"

입력 2014-04-20 21:41
수정 2014-04-21 04:26
"작년 3786억 유상증자…할 수 있는 일 다 했다"
1분기 (주)한라 실적개선…올핸 반드시 턴어라운드
한라홀딩스·(주)한라도 합병하는 일 없을 것


[ 정인설 기자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은 “더 이상 그룹 차원에서 (주)한라(옛 한라건설)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또 핵심 계열사인 (주)만도를 인적분할해 그룹 지배구조를 ‘한라홀딩스’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대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한라홀딩스와 (주)한라를 합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이 (주)한라를 살리기 위한 방편 아니냐’는 시장 일각의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회장은 20일 ‘2014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가 개막한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해 (주)한라에 3786억원을 유상증자한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며 “앞으로 그룹이나 다른 계열사가 (주)한라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주)만도가 분할해 출범하는 지주회사 한라홀딩스가 (주)한라를 합병하는 형태로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한라그룹이 지난 7일 (주)만도에 제조업 부문만 남기고 투자사업 부문은 한라홀딩스로 인적분할하면서 만도의 현금성 자산 4500억원을 한라홀딩스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고부가가치 센서를 만드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도 만도 자회사에서 한라홀딩스 자회사로 바꿨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그룹 전체 그림을 보고 그렇게 결정했다”며 “그룹 차원에서 (주)한라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라홀딩스와 (주)한라를 합병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나아가 (주)한라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추가로 지원할 필요성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건설회사들이 모두 어려울 때 (주)한라도 힘들었지만 1분기에 (주)한라의 실적이 좋아졌다”며 “올해 반드시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도의 사업 전망도 밝게 봤다. 정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만도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며 “앞으로 모든 메이저 차 메이커들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만도는 2010년부터 BMW에 브레이크를 공급하고 있고 2011년 폭스바겐과도 2650억원 규모의 브레이크 납품 계약을 맺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와도 거래를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전기자전거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전기자전거는 우리의 부품 기술력을 모아 만드는 융합형 상품”이라며 “그룹의 이미지와 만도의 기술력을 대외에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자동차 부품처럼 그룹의 주력 사업까지는 되지 않겠지만 보쉬나 콘티넨털이 하는 것처럼 틈새상품으로서 가치는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서 한국 아이스하키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정 회장은 “한국 아이스하키가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해 ‘디비전1 그룹A(2부리그)’에 속한 6개국은 오는 26일까지 풀리그 경기로 순위를 가리는 이번 대회에서 1~2위 안에 들어야 내년 16개국이 겨루는 ‘톱 디비전(1부리그)’으로 승격한다.

고양=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