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출 국새·어보 9점 반환…문정왕후·현종 어보도 추진

입력 2014-04-20 20:45
수정 2014-04-21 05:16
문화재청, 오바마 방한 때 인수키로 합의


[ 박상익/김대훈 기자 ]
미국이 오는 25~2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맞춰 6·25전쟁 당시 불법 반출된 임금의 도장 국새(외교·행정용)와 어보(왕실의례용) 9점을 반환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HSI)과 지난 17일 인장 9점의 반환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하는 서류에 서명했고 구체적인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20일 발표했다.

이번에 반환되는 인장은 고종황제가 198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만든 국새 황제지보(皇帝之寶), 순종이 고종에게 태황제(太皇帝)라는 존호를 올리면서 1907년 만든 어보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 조선왕실에서 관리임명에 사용한 유서지보(諭書之寶) 등 9점으로 모두 국보급 문화재로 평가된다.

이 문화재는 6·25전쟁 참전 미군이 덕수궁에서 불법 반출했다가 지난해 11월 HSI에 압수됐다. 이후 한·미 양국 간 공조조사 결과 조선왕실과 대한제국 인장으로 밝혀졌다. 이 인장들은 불법 반출 문화재를 원 소유국에 돌려주도록 한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몰수 절차를 마친 오는 6월께 반환될 예정이었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그 시기가 당겨졌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 4년 4월 현재 나라 밖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20개국 15만6160점이다. 지금까지 반환된 문화재는 10개국 9946점으로 1만점에 못 미친다. 이 중 대부분은 1965년 ‘한일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2011년 ‘도서반환협정’ 등을 통해 일본에서 가져온 6408점이다. 정부 간 협상에 의해 반환받은 문화재는 3270점이고 나머지는 구입했거나 기증받은 것들이다.

1993년과 2011년엔 프랑스로부터 휘경원원소도감의궤와 외규장각 도서 297권을 영구임대 방식으로 반환받았다. 지난 1월엔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으로 미국의 한 박물관이 소장하던 ‘석가 삼존도’를 되찾기도 했다.

한·미 수사공조로 문화재를 되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수사공조를 통해 호조태환권 원판을 환수했다.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도 반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소장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을 검토하느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많은 국외 소재 문화재를 찾고 있지만 협상 과정이 미리 노출되면 환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미국으로 불법 유출된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이민관세청(ICE)과 문화재환수협력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박상익/김대훈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