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미숙·선체결함…드러나는 사고 원인
선박 후미 1개층 증축
방향 복원력 취약해져
[ 최성국 기자 ] 세월호 참사는 ‘운전 미숙’과 ‘선체 결함’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섬과 섬 사이를 지나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급격히 방향 전환을 하다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이틀째 선장과 항해사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사고 선박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 부근 항로를 변경하는 지점(변침점)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하다 한쪽으로 쏠려면서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기울어진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체에 결박한 화물이 풀려나간데다 선박의 방향을 잡아주는 조향장치마저 고장이 나 침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선박의 조타수 박모씨(61)는 “사고가 항로를 급격하게 변경하면서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선박이 좌현으로 넘어졌고 컨테이너 등 화물들까지 넘어진 방향으로 쏟아지면서 배가 침몰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긍규 목포해양대 해양운송시스템학부 교수는 “사고 원인은 외방경사(선체가 회전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기우는 현상)로 보고 있다”며 “당시 사고해역의 유속이 빠른 상태여서 더 많은 경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해경은 이날 “사고해역은 수심이 깊고 해도상 암초가 없는 해역으로, 암초에 의한 좌초 가능성은 낮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고 선박은 또 선박 후미 부분 1개층을 증축해 이번 사고에서 원심력에 의한 외방경사 현상을 더욱 촉진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2012년 일본 ‘마루에 페리사’로부터 배를 들여온 뒤 객실 증축을 통해 승선 정원을 804명에서 921명으로, 무게는 6586t에서 6825t으로 늘렸다. 최소 1개층의 수직 증축이 이뤄져 배 균형을 잡아주는 흘수선이 높아지고 방향 복원력이 취약해졌다는 분석이다.
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