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천문현상은 대중의 주목을 끌지 못한 채 지나는 게 흔합니다. 현상에 대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까닭으로 보이는데요.
돌이켜 보니 2014년 4월 초.중순에 지구 인근의 천체가 잇따라 태양과 일직선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인공들이 ‘(고대 동서양에서 좋지 않은 전조로 해석되는) 붉은 빛을 발했다’는 것도 이색적 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월별 천문현상에 따르면 그제 15일 (음력 3월 16일) 오후 4시경엔 태양-지구-보름달이 한 줄로 나란히 섰습니다. 이에 따라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 현상이 발생 (통상 1시간40분)했고요.
하지만 한반도에선 이의 관측이 불가능했습니다. 그 시간이 마침 낮인데다 하늘의 방향이 태양쪽을 향하고 있어서입니다.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관측할 수 있었던 서구에선 이 시간 보름달이 ‘핏빛의 붉은색’을 띠면서 “흉조”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개기월식 현상 때 보름달이 이처럼 핏빛에 물든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구 대기를 통과한 가시광선 가운데 비교적 긴 파장을 지닌 붉은색 빛이 굴절돼 월면에 도달하고 이 빛이 다시 반사되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보름달 색깔이 이처럼 붉은 빛을 내는 개기월식 현상은 6개월 시차를 두고 앞으로 세 차례 더 이어질 전망이라 좋지 않은 징조를 골자로 한 괴담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여겨집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올해 10월 8일과 2015년 4월 4일엔 한반도에서도 관측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9일 오전 6시엔 태양계 행성 가운데 지구와 가장 이웃이며 ‘붉은’ 빛의 화성이 ‘충[衝-Opposition]’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충은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형 궤도를 도는 행성이 지구를 사이에 두고 태양의 정반대 방향에 위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태양-지구-화성’이 일직선으로 도열했다는 뜻인데요.
이로 부터 5일 뒤인 지난 14일 저녁 10시엔 지구와 화성 간 떨어진 거리가 26개월 만에 가장 가까웠다고 합니다. 거리는 9239만km.
공전주기가 각각 687일, 365일인 화성과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형의 궤도를 돌다가 780일을 주기로 이처럼 ‘충’ 현상을 일으킵니다. 이 때 화성은 근일점 (태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이고 지구는 원일점 (태양과 가장 먼 거리)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타원형 공전궤도를 그리는 화성과 지구는 15~17년 주기로 말 그대로 ‘초근접’하는 현상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2003년 8월이 대표적으로 지목됩니다. 당시 화성과 지구 간 거리는 5575만8000㎞.
이 거리는 5만9620년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4년 뒤 2018년 7월 31일에도 이 같은 초근접 (5800만km) 현상이 생길 거란 예상입니다.
아무튼 지구에서 볼 때 충 현상이 생기고 최대근접을 한 즈음에 화성은 겉보기 반지름이 최대가 되고 가장 밝게 빛났습니다.
천문연의 행성설명 자료에 따르면 화성은 적도 반지름이 3397㎞로 지구의 반 정도이고 달의 약 2배입니다. 표면 물질들이 산화철을 많이 포함해 대체로 붉은 빛을 띠는 게 특징으로 꼽히고요.
때문에 예로부터 전쟁의 불길이나 피를 연상케 하는 행성이라고 불렸습니다. 화성의 이름 Mars는 로마신화의 신 마르스 (그리스 신화의 전쟁의 신 아레스)에서 따온 이유고요. 아레스의 두 아들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화성의 두 위성 이름 입니다.
또 동양 (고대 중국)에서도 화성(火星)은 좋지 않은 뜻을 가진 ‘형혹’ (熒惑=사전적 의미는 정신이 어수선하고 의혹스러움) 또는 ‘형혹성’이라고 불렸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화성이 전갈자리의 안타레스에 접근하는 것을 형혹수심 (熒惑守心=형혹심을 지킨다)이라고 해 불길한 전조로 여겼다고 게 천문연측의 설명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