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 노동자 기득권 보호, 청년들엔 재앙될 것

입력 2014-04-16 20:32
수정 2014-04-17 05:17
기업의 정리해고 요건 등 노동 현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구성한 노사정소위에서는 기업의 정리해고 회피 노력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노조의 불법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도 제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 다른 민감한 사안 처리도 노동계 입장에 치우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아직 최종 합의를 본 것은 아니다. 환노위 심의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소위에는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참여해 있다. 환노위가 심의하더라도 소위에서 정한 방향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환노위는 여러 현안들을 패키지로 묶어 일괄 타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같이 민감한 노동 쟁점들이 그저 주고받기식 정치적 흥정에 부쳐질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불허다. 이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취업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허다하다는 점에서 실업자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한번 고용은 영원한 고용’, 신규채용 말라는 소리

먼저 정리해고 요건을 보자. 노사정소위는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려면 먼저 무급휴직, 직업훈련, 근로시간 단축 등 해고 회피 노력을 의무화하도록 근로기준법에 명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현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돼 있는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 남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해고회피 노력을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고가 늦을수록 좋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기업은 문을 닫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기업이 인력 감축을 통해 어렵사리 정상화됐다면, 어째서 해고를 했는지 이유를 대라고 공격받을 게 뻔하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까지 나왔던 터다. 결국 기업은 한 번 근로자를 채용하면 망하지 않는 한 내보낼 수 없게 될 것이다. ‘한번 고용은 영원한 고용’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오로지 기득권을 보호할 뿐이다.

통상임금 미지급금 정부가 물어주라

통상임금도 마찬가지다. 소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기상여금 일체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의원과 고용노동부가 일단 반대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여야 간 협상은 통상임금 확대로 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고용부도 통상임금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인건비 부담이 10% 정도 커져 다 무너지게 된다고 하소연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방향이다. 사실 통상임금 문제로 기업에 비상이 걸리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고용부 책임이 크다. 기업은 고용부의 통상임금 지침을 따랐던 것뿐이다. 정부가 미지급액을 물어주라.

불법파업 손해배상 제한은 노조에 면죄부

노사정소위가 노조의 불법쟁의 활동과 관련해 회사 측의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도록 권고하려는 것도 재고돼야 한다. 이런 식이면 불법파업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결과밖에 안 된다. 현대차 코레일 같은 강경 거대노조에 대항할 수단이 없는 게 기업의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개혁도 다 날아갈 것이다. 노조와 회사의 다툼은 민법 형법 등 일반적 법률체계가 있는 것인데 국회가 나서서 특별한 다른 규율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노조활동을 특권화하는 반(反)헌법적 개입에 불과하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파장을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 주당 68시간을 당장 주당 52시간으로 줄이지 않고 6개월간의 경과기간을 두어 주당 60시간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면 임금도 당연히 줄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게 관건이다.

노동을 사적영역으로 돌려주는 대전환 필요

노동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올 들어 취업자가 늘어 고용률이 올라갔지만 실업률도 올라갔다. 취업을 포기했던 구직자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들어와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에도 8.6%나 됐다. 청년 고용을 확대하자면서 기성 근로자의 기득권만 다락같이 높이자는 소리들이 끊이질 않는다. 노동 문제는 이제 정치적 흥정거리가 아니다. 기득권이 강화되면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노동문제를 사적계약의 영역으로 돌려주는 일대 변혁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국회가 제멋대로 법을 만들어 개입하면 누가 기업을 하고 누가 일자리를 만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