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공공기관 담배소송, 일본계 담배사만 빠진 이유는

입력 2014-04-16 14:33
수정 2014-04-17 10:35
국내 첫 공공기관 담배소송에서 일본계 담배회사인 JTI가 빠진 것을 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이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JTI는 필립모리스·BAT와는 달리 담배소송에서 패한 전례가 없다.

건보는 지난 14일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국내외 담배회사 3곳을 대상으로 흡연 때문에 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쓰인 공단 부담 진료비를 돌려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 청구액은 537억 원이다. 이 금액은 흡연과 인과성이 큰 3개 암(폐암 중 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에 걸리고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환자에 대한 2003~2012년 공단 부담 진료비에 해당한다.

건보는 외국계 담배회사 3곳(필립모리스코리아·BAT코리아·JTI코리아) 중 JTI를 소송대상에서 제외시킨 것과 관련해 "애초 JTI코리아도 소송 대상에 넣으려고 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아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해외에서 패소 또는 합의한 사례가 있는 필립모리스·BAT와 달리 패소 전례가 없는 JTI를 제외시켜 승소 가능성을 높인 것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필립모리스와 BAT 등은 2009년 미국 연방대법원으로부터 8000만 달러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소송 과정에서 담배회사가 니코틴 중독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다는 내부문건이 드러난 게 재판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담배회사의 내부문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며 "그만큼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보 측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첫 담배소송부터 1990년대 흡연자들이 미국 7대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초대형 소송에 이르기까지 이미 재판 과정에서 필립모리스와 BAT의 약점이 노출됐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필립모리스와 BAT는 이미 담배소송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제출했고 패소한 사례가 있다"며 "담배의 유해성과 관련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허위로 게시한 것이 인정돼 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JTI는 흡연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없는 만큼 담배회사의 위법 사실을 입증할만한 자료를 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국내 법원은 아직 담배 첨가물의 위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해외 법원은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예정"이라며 "소송 진행 과정에서 해외에선 어떻게 판시하고 있는지 등을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뫼비우스(舊 마일드세븐)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일본계 담배회사 JTI는 1992년 처음으로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2012년 기준 매출액은 2500억 원이며,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6% 가량을 기록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