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고'로 나라곳간 지키자] 재원대책 없으면 세출확대 못한다

입력 2014-04-15 20:47
2015년 예산 '페이고' 첫 적용

국무회의, 지침 확정…고강도 세출 구조조정

의원 입법으로 신규 사업 땐
해당부처 기존예산 삭감해야
중복사업 600개 3년내 통폐합


[ 조진형 기자 ]
‘재원 대책 없이는 세출 확대도 없다’는 페이고(pay-go) 원칙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 때 처음으로 적용된다. 부처별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 예산을 늘리는 경우에 반드시 재원 마련 계획 또는 기존 사업예산 절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에서 의원입법 시 페이고 원칙을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 처리가 야당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정부는 또 앞으로 3년간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해 600개 사업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강도 높은 예산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페이고 위배 시 페널티

정부는 15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 확정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부문은 이 지침을 바탕으로 오는 6월13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예산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에 마련된 예산안 편성 지침은 어느 때보다 세출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페이고 제도가 부처별로 처음 도입된다.

기재부는 해당부처에서 지출절감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신규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의 예산 확대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예산 증가 속도를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부처별 예산 요구 규모는 재정지출 중기 계획을 크게 웃도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각 부처가 요구한 재정지출 금액을 살펴보면 2017년 필요예산은 총 447조원으로 올해부터 연평균 7%씩 늘려야 할 판이다. 반면 기재부가 재정여건을 고려해 마련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재정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3.5% 수준이다.

기재부는 이 같은 간극을 줄이기 위해선 의원 입법으로 추진되는 재정사업에 대해서도 해당 부처가 책임지고 총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김윤상 기재부 예산정책과장은 “만약 지출한도를 초과하는 예산을 요구할 경우 해당 부처에 기존 사업 예산이나 업무추진비 등을 삭감하는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사업 10% 통폐합

정부는 또 6000개에 달하는 재정사업의 10%인 600개를 구조조정한다는 방침 아래 향후 3년에 걸쳐 예산 규모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빈곤층의 자립을 돕는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와 보건복지부의 ‘희망리본사업’ 등 성격이 비슷한 사업이나 중소기업 지원사업, 에너지 관련 사업, 홍보 사업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사업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줄줄이 새고 있는 각종 보조금 사업도 대대적으로 손질할 계획이다. 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음에도 대책 마련이 미흡한 사업은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비리 관련 보조사업은 의무적으로 운용평가 대상에 포함해 사업방식 변경, 존치 여부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세계 경제 회복속도나 환율 상황 등을 고려하면 세입 여건의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재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재부는 올해 예산안을 9월2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내년 예산편성 일정은 국가재정법 개정에 따라 예년보다 10일 정도 앞당겨진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