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ABCP 주관사 NH농협증권이 대표자 자격으로 KT의 P&A 방안 공식 추진키로
KT "전혀 고려해 본 적 없다" 부정적 입장…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이 기사는 04월09일(11: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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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에 휘말려 지난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KT ENS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화증권 투자자들이 KT로 하여금 이 회사의 신재생에너지사업부문만 P&A(자산부채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P&A 방식이란 기업 전체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특정 자산(사업부문) 및 이와 관련된 부채만 떼어내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KT가 이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란 관측이 나온다.
◆“KT, 신재생에너지사업 P&A하라”
KT ENS의 신재생에너지사업 관련 PF 총 2600억원 중 1850억원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발행주관을 했던 NH농협증권 고위관계자는 9일 “KT ENS의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이번 사기대출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졸지에 동반 피해를 보고 있다”며 “ABCP 투자자를 대리하는 ‘채권자 대표’ 자격으로 KT ENS의 신재생에너지부문을 KT에 P&A시키는 방안을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KT ENS에는 신재생에너지사업부문의 P&A 추진 방안을 전달했다”며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한만큼 법원에도 KT ENS의 조기 회생 및 투자자 피해 최소화 방안으로 이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T ENS는 크게 두개의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하나는 통신망구축 및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하는 ‘전통적인’ 업무다. 사실상 100% 모회사인 KT의 통신사업을 지원하는 업무였다. 이번에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대출사기 사건은 이 부문에서 발생했다. 회사 직원이 납품업체들과 공모해 휴대폰주변기기 등 가공 매출을 일으킨 뒤 이를 근거로 하나은행 등 16개 금융회사를 속여 3000억원의 대출 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대출사기로 발목 잡힌 신재생에너지사업
KT ENS의 나머지 사업부문은 신재생에너지사업이다. 2009년부터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한 분야로, 태양광발전소나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지어주는 일종의 건설 사업이다.
KT ENS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진행하면서 아파트건설 등과 유사한 PF를 활용했다. 태양광발전소 등 사업주체인 시행사들이 자산담보부증권(ABCP)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KT ENS는 시공사로서 ABCP에 대해 채무인수·자금보충 같은 ‘신용보강’을 해 줬다.
신용도가 높은 KT ENS가 신용보강을 해 주면 영세 시행사들이 단독으로 ABCP 발행할 때보다 금리를 낮출 수 있어서다. 사업이 잘 되면 KT ENS는 건설비만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건설비를 못받거나 심한 경우 신용보강을 해 준 유동화증권이나 대출금을 대신 물어주게 되는 구조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사업는 별탈 없이 ‘순항’하고 있었다는게 IB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출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대출사기로 피해를 본 금융사들은 KT ENS의 신재생에너지사업 관련 PF 차환을 해 주지 않았고 만기가 되는 ABCP를 즉시 상환받으려고 한 것이다.
KT ENS는 대출사기 사건 발생 직후인 2월20일 루마니아 태양광 PF 관련 유동화증권 3건의 차환에 실패해 453억원을 갚았는데 지난달 491억원의 유동화증권 만기가 또 돌아오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작년말 현재 KT ENS가 신재생에너시사업과 관련해 채무인수나 자금보충을 해 주기로 약속한 PF 총액은 2586억원으로 파악된다. 이 중 약 750억원은 기업은행 등 금융회사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됐고 나머지는 단위농협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KT 책임져라” vs “별도법인이라 불가”
KT ENS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들 신재생에너지사업 관련 유동화증권 투자자들은 현 상태로는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KT ENS는 대출사기 사건 관련 과실 책임과 손실액 분담을 놓고 하나은행 등 피해은행과 대법원까지 소송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과정에서 법정관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그만큼 신재생에너지사업도 악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NH농협증권 등 채권자들은 "KT가 신재생에너지사업을 P&A 방식으로 인수하면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만큼 KT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T가 신재생에너지사업부문의 공사계약과 인력 특허 등 자산과 PF 보증채무만 떼어내 인수하면 사업이 바로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KT ENS는 일종의 시공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태양광발전소가 예상대로 이익이 나게 되면 공사비만 받고 빠져 나올 수 있다"며 "P&A에 대한 위험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ABCP를 판매했던 기업은행 관계자도 “KT의 신재생에너지사업부문 P&A는 신탁 투자자들이 조속히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KT의 입장은 다르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KT ENS는 KT의 100% 자회사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법적으로는 별도법인이고 KT도 KT 주주들의 이해를 저버리고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며 “KT ENS의 신재생에너지사업부문을 P&A하는 방안에 대해선 전혀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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