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층 사로잡은 폭스바겐 ··· 지난해 개인 고객 '내가 최고'
수입차 브랜드 전성 시대다. 국내 수입차 누적 등록대수가 70만 대를 넘어섰다. 시장 점유율도 10%를 돌파했다. 팔리는 신차 10중 1대 이상이 수입차다. 단순히 '물 건너온 차'가 아닌 '브랜드 가치'로 승부해야 하는 시점이다. 주요 수입차의 강점과 경쟁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 김정훈 기자 ] 14일 오후 폭스바겐 강남 역삼동 전시장. 한 여성 고객이 중형 세단 파사트에 앉아 영업사원으로부터 차를 소개받고 있다. 소형 해치백 골프를 올 여름에 구매하고 싶은데 어떠냐고 물었다. 매장 딜러는 "지금 계약하면 티구안, 파사트, 제타 등은 한 달 뒤에 받을 수 있고 골프는 물량이 딸려 2~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며 "(7세대) 골프는 가격이 저렴하고 연비가 좋아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가장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다. 지난해 BMW, 벤츠, 아우디 등을 제치고 판매 성장률 1위에 올랐다.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40% 늘어나 벤츠를 따돌리고 2위를 차지했다. 독일차 대중브랜드에 속하는 폭스바겐이 수입차 1위를 달리고 있는 BMW보다 앞으로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수입차 '젊은층' 고객몰이 ··· 20~30대 개인구매 올해도 1위
지난해 수입차 판매 1등은 BMW였다. 법인 구매를 제외한 개인 구매만 놓고 보면 1위 자리는 폭스바겐의 차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폭스바겐의 개인 구매는 2만724대로 독일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2만 대를 넘어섰다.개인 구매 비중도 전체 81%로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높다.
폭스바겐은 '수입차=법인차'란 인식을 바꿔놨다. 고객 5명 중 4명은 개인. BMW는 개인 구매 비중이 54%, 아우디(48%)와 벤츠(45%)는 법인 구매가 더 많다.
20~30대 젊은 층의 브랜드 선호도 역시 폭스바겐이 가장 높다. 연령대별로 보면 지난해 20~40대 신규 등록은 폭스바겐이 1만6361대로 BMW(1만3176대), 아우디(7222대), 벤츠(7075대)를 모두 앞질렀다. 올 1분기에도 20~30대 젊은 이들은 폭스바겐을 가장 많이 찾았다.
폭스바겐은 운전 재미를 내세운 고성능 디젤과 고효율 연비 등으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을 상징하는 골프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디젤은 친환경' 개념을 가장 먼저 마케팅했다" 며 "소형 수입차의 아이콘이 된 골프를 통해 젊은 층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나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입차 구매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했다" 며 "외제차는 비싼 차라는 편견을 없애면서 실용성을 추구하는 소비층의 관심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 골프·티구안·파사트 삼총사 인기 ··· "가격 싸고 연비 좋고"
폭스바겐이 베스트셀링 삼총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성공 비결이다. 지난해 모델별 베스트셀링 10위 안에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3개의 디젤 모델을 올렸다. 티구안(신규 등록 2위) 파사트(5위) 골프(8위) 등이다.
3000만 원대 골프는 수입 엔트리카(첫 차)의 대표주자다. 티구안과 파사트는 현대차 그랜저(고급형)와 가격대가 비슷하다. 국산차를 타던 고객들도 폭스바겐으로 많이 이동하는 배경이다.
연비도 좋아 경제성을 따지는 수입차 고객의 타깃이 되고 있다. 골프 2.0 TDI와 파사트 2.0 TDI 두 모델의 복합연비는 각각 16.7km/ℓ, 14.6km/ℓ.
그랜저TG를 타던 직장인 송석재 씨(30)는 작년 12월 7세대 골프를 구입했다. 아직 미혼이라 경제성이 뛰어난 소형차를 선택했다는 것. 그는 "그랜저를 몰고 다닐 때 기름값이 부담스러워 연비 좋은 골프로 바꿨다" 며 "고속도로에선 ℓ당 20㎞를 넘을 때가 많고 서울 시내에서도 평균 13㎞/ℓ 정도"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전국의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자료 설문을 받았다. 신차 구매자 중 국산 고객 비중을 알아보는 항목이었다. 자체 조사 결과 국산차에서 폭스바겐으로 넘어온 고객은 40% 이상에 달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구매자 절반 정도가 국산차를 타던 고객" 이라며 "국산 메이커 중에서 르노삼성차를 타던 고객들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