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돕기' 18년 사업 공중분해 위기

입력 2014-04-14 21:26
수정 2014-04-15 05:31
손숙 회장, 커피공장 경매 넘어가


[ 이해성 기자 ] 6·25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견했던 에티오피아 참전 노병들을 돕기 위해 18년간 진행됐던 후원사업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였다.

14일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용사후원회(회장 손숙·사진)에 따르면 A은행은 최근 춘천지방법원에 후원회가 운영하는 커피공장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다. 후원회가 2006년 12월29일 A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해서다.

경기 파주에 커피공장(아비시니카코리아)을 두고 활동하던 후원회는 2004년 강원 춘천시로부터 ‘커피테마파크’ 건립 계획을 제안받고 공장을 춘천으로 이전했다. 진입로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으로 이전하면서 비용이 늘어나 A은행에서 30억원을 빌렸다. 문제는 대출 당시 100엔당 781원이던 환율이 2008년 외환위기로 1500원까지 뛰면서 발생했다. 후원회는 커피 판매금으로 원금 13억원과 이자 15억원 등 28억원을 갚았으나 아직 32억원은 갚지 못하고 있다. 후원회는 춘천지법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광철 후원회 사무국장은 “변동환율 적용에 대해 잘 몰랐고 (은행 측에서) 환율 변동에 대해 안심시켰다”며 “지난해 초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아 무척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또 “직원들을 다독이며 계속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6·25 참전기념관을 건립하고 참전 노병 가족에게 생계비를 지원해온 사회적기업을 도산으로 몰아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은행 측은 “환율 변동과 관련된 리스크는 약정서에 언급돼 있다”며 “공익 목적의 업체라고 해서 어떻게 해줄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후원회는 1996년 에티오피아 커피를 수입 판매한 수익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참전용사를 후원해달라는 주한 에티오피아대사관의 제안을 받고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까지 참전 노병 1000여명에게 매달 30달러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등 에티오피아와 한국 간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에 6037명의 보병을 파견해 이중 123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