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한의사 업계, 과학화 표준화만이 살 길이다

입력 2014-04-14 20:30
수정 2014-04-15 05:43
한의사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매년 900여명의 신규 한의사가 배출되지만 개업 후 2~3년 만에 폐업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만 무려 828개 한의원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환자는 계속 줄어들어 28개 주요 한방병원의 환자 수는 2009년 194만명에서 지난해 176만명으로 4년 새 10%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의사 초봉이 월 300만원 안팎이라는 것은 충격적이다.

한의사 위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한의사와 한의학과의 인기가 최고였던 적도 있었지만 모두 과거 일이다. 한의업계는 한의사 공급과잉, 비아그라 같은 약품의 등장과 홍삼제품의 일반시판 등에 따라 탕약 수요가 감소한 것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의업계가 자초한 부분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한의학이 되려는 노력을 해왔는지부터가 의문스럽다. 처방전을 공개하는 양의사와 달리 한의사는 아직도 처방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비방(秘方)이라면 신뢰는 쌓일 수 없다. 진료기록부에 한약재 성분을 표기한다지만 이런 것이 있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고 더욱이 열람을 요구하는 환자도 거의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과학적 연구개발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고 신뢰도 역시 떨어지게 된다.

구당 김남수 옹을 집요하게 배척한 사례들도 국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여기에 얼마나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침구사 자격증이 생기기 전부터 의료행위를 해온 구당이었다. 그런 불신이 쌓인 결과가 지금의 한의학 위기인 것이다. 환자가 줄어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의업계가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치료용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이 업계 내홍으로 무산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한의학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과학화 표준화 투명화를 위한 업계의 자구노력이 시급하다.